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L'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Bernard Werber,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1년 6월 15일 초판 1쇄.

꿈의 부족

1970년대에 미국의 두 민족학자가 말레이시아의 깊은 숲 속에서 세노이라는 원시 부족을 발견하였다. 그 부족은 꿈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살고 있었다. 그래서 <꿈의 부족>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매일 아침 불가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오로지 간밤에 꾼 꿈에 관한 것뿐이었다. 만일 어떤 세노이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꿈을 꾸었다면, 그는 꿈속에서 해를 입은 사람에게 반드시 어떤 선물을 주어야만 했다. 또, 꿈에서 남을 때린 사람은 맞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역시 선물을 주어야 했다.

세노이 부족은 현실 세계에서보다 꿈의 세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아이가 호랑이를 만나 도망치는 꿈을 꾸었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아이에게 다음날 밤에 다시 호랑이 꿈을 꾸고 호랑이와 싸워 그것을 죽이라고 시켰다. 노인들은 아이에게 그 방법을 일러 주었다. 아이가 호랑이와 싸워 이기지 못하면 부족 사람들이 모두 아이를 나무랐다.

세노이 부족의 가치 체계에서는, 만일 성 관계를 갖는 꿈을 꾸면 반드시 오르가슴에 오를 때까지 가야 했고, 그런 다음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는 꿈속에서 갈망한 여자나 남자에게 선물로 감사를 표시해야 했다. 악몽 속에서 적의를 품은 상대를 만나면 반드시 이겨야 하고, 나중에는 그 적을 친구로 삼기 위해서 그에게 선물을 요구해야 했다. 세노이 부족 사람들이 가장 꾸고 싶어하는 꿈은 하늘을 나는 꿈이었다. 비상하는 꿈을 꾸었다는 사람이 있으면 온 공동체가 그에게 축하를 보냈다. 또 아이가 처음으로 비상하는 꿈을 꾸는 것은 기독교 세계의 세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이에게 선물을 듬뿍 주었고, 어떻게 하면 꿈속에서 미지의 나라로 날아가 신기한 물건들을 가져올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세노이 부족은 서양의 민족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들의 사회에는 폭력도 질병도 없었고, 스트레스와 정복의 야망도 없었다. 노동은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되었다. 세노이 부족은 그들이 살고 있던 숲이 개간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그들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아침마다 간밤의 꿈을 기록한 다음, 거기에 제목을 달고 날짜를 써넣으라. 그러고 나서 세노이 부족처럼 그 꿈에 대해서 아침 식사 시간 같은 때에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라. 그 다음엔, 이른바 항몽학(航夢學)의 기본 법칙들을 적용해서 훨씬 더 멀리 나아가 보자. 이를테면 잠들기 전에 어떤 꿈을 꿀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꿈을 꿀 수 있다록 해보라는 것이다. 산을 솟아오르게 하는 꿈, 하늘의 색깔을 바꾸는 꿈, 낯선 땅을 찾아가는 꿈,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만나는 꿈 등 어느 것이라도 좋다.

꿈에서는 누구나 전능하다. 항몽학의 1차 관문은 비행술이다. 팔을 벌려 활공(滑空)하다가 급강하한 다음 다시 상승해 보라.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항몽학은 점진적인 수련을 요구한다. <비행>시간이 길어지면 자신감이 생기고 미립이 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다섯 주만 훈련하면 자기들의 꿈을 다스릴 수 있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때로 여러 달이 걸리기도 한다. (21-22쪽)


엘리우시스 게임

고대 그리스의 도시 이름을 딴 이 게임은 어떤 법칙을 찾아내는 것으로 승부를 겨룬다.

이 놀이에는 적어도 네 사람이 필요하다. 먼저 놀이꾼 가운데 하나가 <신>으로 결정된다. 그는 어떤 법칙을 만들어 내어 종이 조각에 적는다. 그 법칙은 하나의 문장으로 되어 있고 <세계의 법칙>으로 명명된다. 그런 다음, 52장[으]로 된 카드 두 벌이 놀이꾼들에게 골고루 배분된다. 한 놀이꾼이 선을 잡고 카드 한 장을 내놓으면서 <세계가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선언한다. 신으로 정해진 사람은 <이 카드는 합격이야> 혹은 <이 카드는 불합격이야>하고 알려준다. 퇴짜 맞은 카드들은 한쪽으로 치워놓고, 합격된 카드들은 한 줄로 나란히 늘어놓는다. 놀이꾼들은 신이 받아들인 일련의 카드들을 관찰하면서 그 선별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누구든 그 법칙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고 스스로를 <예언자>로 선언한다. 그때부터는 그가 신을 대신해서 카드의 합격 여부를 다른 놀이꾼들에게 알려 준다. 신은 예언자를 감독하고 있다가 예언자의 말이 틀리면 그를 파면한다. 예언자가 10장의 카드에 대해 연속으로 맞는 대답을 제시하면, 그는 자기가 추론한 법칙을 진술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진술이 종이에 써놓은 문장과 일치하는지를 비교한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예언자는 승리자가 된다. 그러나 두 진술이 어긋나면, 그는 파면된다. 만일 104장의 카드를 다 내놓았는데도, 예언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예언자로 자처한 사람들이 모두 틀린 진술을 하면, 승리는 신에게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세계의 법칙을 섭리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된다. 간단하면서도 찾아내기 어려운 규칙을 생각해내야 게임이 재미있다. 예컨대, <9보다 높은 카드와 9이하의 카드를 번갈아 가며 받아준다>는 규칙은 밝혀 내기∥가 아주 어렵다. 당연한 얘기지만 놀이꾼들은 킹이나 퀸 같은 그림 패와 빨간색과 검은색의 교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오로지 빨간색 카드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되, 열 번째, 스무 번째, 서른 번째로 나온 카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든가, <하트 7을 제외한 모든 카드를 수용한다>와 같은 규칙은 금지된다. 밝혀 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에 가서 세계의 법칙이 도저히 밝혀낼 수 없을 만큼 어려웠던 것으로 판명되면, 그 법칙을 만든 신은 승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놀이에 참가할 자격을 잃게 된다. 따라서 신은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단순성>을 겨냥해야 한다. 이 놀이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전략은 무엇일까? 설령 파면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되도록 빨리 예언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유리하다.(105-106쪽)


타인의 영향

1961년에 미국의 아쉬라는 교수는 어떤 실험을 위해 자기 방에 일곱 사람을 모았다. 그는 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자기가 그들을 상대로 지각에 관한 실험을 할 거라고 알려 주었다. 그런데 그 일곱 명 중에서 진짜 실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고, 나머지 여섯 명은 돈∥을 받고 교수를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그 보조자들의 역할은 진짜 피실험자가 실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실험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이러했다. 피실험자가 마주보고 있는 벽에 직선 두 개를 그려 놓는다. 직선 하나는 길이가 25센티미터, 다른 하나는 30센티미터이다. 두 직선은 나란하기 때문에 30센티미터가 더 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아쉬 교수는 방에 모인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어느 직선이 더 긴가 하고 묻는다. 여섯 명의 보조자들은 한결같이 25센티미터짜리가 더 길다고 대답한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진짜 피실험자에게 묻는다. 그런 식으로 실험을 한 결과, 진짜 피실험자들 중에서 25센티미터 짜리의 직선이 더 길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60%에 달하였다. 또, 30센티미터짜리가 더 길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여섯 보조자들이 비웃으며 놀려 대면, 그 중의 30%는 다수의 기세에 눌려 처음의 응답을 번복하였다. 아쉬 교수는 대학생과 교수 1백여 명을 상대로 같은 실험을 했다. 남의 말을 쉽게 믿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본 거였다. 그 결과는 그들 중의 90%가 25센티미터 짜리 직선이 더 길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피실험자들에[게] 그 실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면서 다른 여섯 명은 교수와 미리 짜고 실험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피실험자들에게 알려 주어도, 그들 중의 10%는 여전히 25센티미터짜리 직선이 더 길다고 고집을 부린다는 거였다. 또 어쩔 수 없이 자기들의 실수를 받아들인 사람들도 남들이 다 그러기에 자기도 따라 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기보다는, 자기들의 시력이나 관찰 각도를 문제 삼으면서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더라는 것이다.(179-180쪽)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방법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아이디어를 찾거나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구하고자 할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시토 수도회 수사들의 묵상법을 본떠서 달리 자신이 개발한 방법이다.

수프 접시 하나와 작은 숟가락 하나를 갖다 놓고, 큼직한 팔걸이가 달린 의자에 앉는다. 잠귀가 어두운 사람에겐 큰 숟가락이 필요하다. 팔걸이에 팔을 얹은 채 엄지와 중∥지로 숟가락을 살며시 잡고, 그 아랫바닥에 접시를 놓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생각하면서 잠을 청한다.

숟가락이 접시 위에 떨어져 갑자기 잠에서 깨어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문제가 해결된다.(202-203쪽)


마리엔바트 놀이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이 바로 나오지 않고 시간이 걸릴 때, 우리는 이다금 따분함을 느낀다. 특히 자기와 마주앉아 있는 사람이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바로 그러한 때에 식당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다 주기를 기다리면서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놀이가 있다. 바로 마리엔바트¹의 게임에서 유래한 놀이이다.

 *¹ 체코 어로는 마리안스케 라츠네. 체코의 서보헤미아 지방에 있는 온천 휴양 도시.∥

성냥개비나 궐련이나 이쑤시개 따위를 식탁 위에 다음과 같이 옆으로 늘어놓는다.

I
III
IIIII
IIIIIII


각자 번갈아 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만큼 성냥개비를 집어가되, 반드시 한 줄에서만 집어 가야 한다. 상대에게 마지막 하나 남은 성냥개비를 가져가게 하면 이기는 것이다.

필승 비결 한 가지 상대에게 두 줄의 성냥개비를 남겨 주되, 아래의 예와 같이 양쪽의 개수가 똑같이 되도록 만들어 놓는다.

III
III


(208-209쪽)


웬다트 부족

캐다다의 휴런 족 인디언인 웬다트 부족 사람들이 사냥을 할 때면, 짐승을 죽이기 직전에 자기가 왜 죽이려 하는지를 그 동물에게 설명한다. 그들은 짐승을 잡아먹을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짐승을 죽이지 않으면 자기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큰 소리로 이야기한 다음에 방아쇠를 당긴다. 사냥꾼이 그렇게 짐승의 살과 가죽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면, 그 짐승이 그것들을 제공하기 위해 너그럽게 자기 목숨을 내놓을 거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210-211쪽)


회문

<Dis beau lama, t'as mal au bide?>¹와 <Elu par cette crapule>²은 회문(回文)³이다. 앞뒤 어느 쪽에서 읽어도 같은 말이 된다. 이런 말을 녹음한 다음, 녹음기를 가

 *¹ <어이 잘생긴 라마승, 배 아파?>라는 뜻. 여기서는 의미보다는 <디 볼라마 타 말로비드>라는 소리가 중요함.
 *² <저 천박한 것들에 의해 선출된>이라는 뜻. 소리를 적어 보면, <엘뤼 파르 세트 크라퓔>.
 *³ palindrome. 앞뒤 어느 쪽에서 읽어도 같은 말이 되는 어구.∥

지고 반대 방향으로 재생을 한다 해도, 제 방향일 때와 똑같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216-217쪽)


본원적인 의사 소통

13세기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인간이 타고나는 <자연 그대로의> 언어가 어떤 것인지를 알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는 아기 여섯 명을 영아실에 넣어 놓고, 유모들에게 아기들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되 절대로 아기들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프리드리히 2세는 그 실험을 통해 아기들이 외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언어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고 싶어했다. 그는 그 언어가 그리스 어나 라틴 어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엔 오로지 그것들만이 순수하고 본원적인 언어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실험은 황제가 기대한 결과를 보여 주지 않았다. 어떤 언어로든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기가 하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여섯 아기들 모두 날로 쇠약해지다가 결국은 죽고 말았다. 아기들이 생존하는 데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젖과 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217쪽)


세 조약돌 놀이

이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옛 놀이이다. 이 놀이는 몇 명이서 하기를 원하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 놀이에 필요한 도구라고 해봐야 조약돌 세 개만 있으면 된다. 조약돌이 없으면, 성냥개비나 동전, 종이 조각 따위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이 놀이의 장점은 무엇보다 규칙이 아주 간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놀이를 하면 할수록 전술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포커에서 나쁜 패를 가지고 상대를 속이는 책략이나 체스의 전술에 못잖게 까다로운 점이 있다.

놀이에 참가할 사람들은 각기 조약돌 세 개를 쥐고 손을 등뒤로 감춘다. 0에서 3까지 각자 원하는 개수만큼 조약돌을 오른손에 쥐고, 정해진 신호에 따라 주먹을 앞으로 내민다. 그런 다음, 각자 돌아가면서, 모든 주먹 안에 들어 있는 조약돌을 합하면 모두 몇 개가 될 것인지를 말한다. 가령 두 사람이 노는 경우라면, 0에서 6까지 부를 수 있고, 세 사람이 노는 경우에는 0에서 9까지, 넷이 노는 경우에는 0에서 12까지 부를 수 있다.

한 사람이 어떤 수를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판이 끝나고 다음 판이 되기 전에는 똑같은 수를 제시할 수 없다. 이를테면, 그것은 주차장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저마다 돌아가면서 수를 말했으면, 모두가 손을 펴고 조약돌의 수를 더해서 누가 맞혔는지 확인한다. 만일 맞힌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놀이를 다시 시작한다. 반대로, 수를 맞힌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자기의 세 조약∥돌 중에서 하나를 버리고 이제부터는 두 개만 가지고 놀이를 한다. 또 그 사람은 다음 판에서 가장 먼저 수를 부르게 된다.

세 판을 이겨서 조약돌 세 개를 가장 먼저 버리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219-220쪽)


욕설

욕설들의 어원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욕설들의 어원은 종종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결 덜 모욕적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디오(idiot, 백치) 그리스 어 이디오테스idiotes에서 온 것∥으로 <특별하다>, <남과 다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이디오티슴idiotisme>이란 말은 어떤 언어의 고유 어법을 가리킨다.

앵베실(imbécile, 바보) 라틴 어 임베킬루스imbecillus에서 온 말. 이는 다시 지팡이를 뜻하는 라틴 어 바킬룸bacillum에서 나온 것. 따라서 <임베킬루스>는 지팡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앵베실이란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불안한 사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외부의 도움을 빌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이다.

스튀피드(stupide, 멍청이)라 틴 어 스투피두스stupidus에서 온 말. <놀라운 일을 당해서 어리둥절하다>는 뜻. 그러니까 스튀피드란 모든 것에 놀라고 모든 것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세파에 닳고닳아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사람의 반대인 셈이다.(221-222쪽)


인류의 기원에 관한 몇 가지 전설

그리스의 전설
데우칼리온과 피라는 청동 시대의 인류를 몰살시킨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단 두 명의 의인이다. 신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의무를 부여한다. 방주를 타고 파르나스 산 정상에 다다른 데우칼리온과 피라는 자기들의 어깨 너머로 돌을 던진다. 그 돌들은 조각상으로 변하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데우칼리온과 피라는 인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노래 중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하라고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그들은 그리스 영웅들의 이야기를 선택한다. 바로 테세우스와 헤라클레스와 다른 모든 반신∥반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러자 인류가 다시 지상에 생겨난다. 데우칼리온과 페[피]라는 죽지만 선택받지 못한 조각상 무리는 부당함을 호소하며 신들에게 재판을 요구한다. 신들은 저울을 이용하여 데우칼리온과 피라가 선택한 이야기의 무게를 달아 본 다음, 두 사람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판정을 내린다. 그리하여 그리스 영웅들을 노래하는 인류가 지상의 유일한 인류가 된다.

터키의 전설
인류는 검은 산에서 태어났다. 어떤 동굴 속에 사람 형상을 한 구덩이가 파이고 빗물이 흘러 그 구덩이에 진흙이 쌓인다. 진흙은 9개월 동안 햇살을 받으며 그 구덩이에 머문다. 9개월이 지나자 동굴에서 최초의 인간 <아이 아탐>이 나온다.

멕시코의 전설(17세기)
이것은 고대의 신앙과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전설이다. 하느님이 찰흙을 빚어 사람을 만든 다음, 가마에 넣고 굽는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굽는 바람에 사람이 까맣게 타서 나온다. 그러자 하느님은 작업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그 생산물을 땅에 던진다. 그것은 아프리카에 떨어진다. 하느님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사람을 빚어 가마에 넣고 굽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살짝 굽는 바람에 사람이 아주 하얗게 되어 나온다. 또 실패다. 하느님은 그것을 다시 던져 버린다. 그것은 유럽에 떨어진다. 하느님은 굽는 데에 만전을 기해서 다시 한번 해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딱 알맞게 구워져서 사람이 구릿빛이 되어 나온다. 마침내 성공했다! 하느님은 그 사람을 아주 조심스럽게 아메리카에 내려놓는다. 멕시코 사람들은 그렇게 생겨났다.∥

수 족 인디언의 전설
수 족의 전설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토끼가 길을 가다가 주운 핏덩이에서 태어났다. 토끼는 핏덩이를 발견하자마자 다리로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핏덩이가 창자로 변한다. 토끼는 장난질을 계속함에 따라, 창자에서 심장이 자라고 눈이 생겨나더니 마침내 사내아이 하나가 나타난다. 최초의 인간이 태어난 것이다. 그가 바로 수 족의 조상이다.

아라비아의 전설
아라비아에는 구약 창세기의 변이형이 존재한다. 그곳의 전설에 따르면, 하느님이 사람을 빚는 데 파랑, 검정, 하양, 빨강 등 네 가지 색깔의 흙이 필요했다. 하느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어 그 흙을 가져오게 했다. 가브리엘 천사가 흙을 가져가려고 몸을 숙이자, 땅이 그에게 말을 걸며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하느님이 사람을 빚는 데에 필요한 흙을 가지러 왔다>고 가브리엘 천사가 말하자, 땅이 다시 말했다. <흙을 가져가게 할 수 없다. 인간은 통제할 수가 없을 것이고 나를 파괴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천사는 땅의 말을 하느님에게 전했다. 하느님은 미가엘 천사를 대신 보냈다. 그러나 다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땅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느님은 아즈라엘 천사를 보냈다. 죽음의 천사인 아즈라엘은 땅의 주장에 설복당하지 않고 흙을 가져왔다. 결국 인류는 이 죽음의 천사 덕분에 존재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인류는 죽음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하느님은 아즈라엘 천사가 가져온 흙으로 아담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담은 4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내 땅바닥에 누워 있기만 했다. 한 천사가 아담이 꼼짝 않고 있는 까닭을 궁금하게 여겼다. 그 천사는 아담의 몸속에∥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볼 양으로 아담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확이냏 본즉, 아담이 움직이지 않는 게 당연했다. 아담의 몸속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천사는 그 사실을 하느님에게 알렸고, 하느님은 아담에게 영혼을 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아담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느님은 아담이 땅과 자연과 풀나무와 짐승들을 다스릴 수 있게 하기 위해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을 아담에게 주었다. (9세기의 아라비아 사가(史家) 타바리의 기록에 의한 것임.)

몽골의 전설
하느님은 땅에 사람 모양의 구덩이를 판 다음, 천둥비가 내리게 했다. 그러자 진흙이 흘러 사람 모양의 구덩이를 채웠다. 비가 그치고 모든 것이 마르고 나자 구덩이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나바호 족 인디언의 전설
태초에 반인 반수의 존재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리석은 짓을 한 탓에 하늘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세 개의 하늘을 지나 마침내 땅에 다다랐다. 땅의 네 신, 즉 청신(靑神), 백신(白神), 흑신(黑神), 황신(黃神)이 그들을 보러 왔다. 신들은 손짓 발짓으로 그들을 가르치려 했지만, 어리석은 그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신들은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다만, 흑신은 그들이 너무 더럽고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것을 일깨우면서, <다른 신들은 나흘 후에 다시 올 것이다. 몸을 깨끗이 하고 기다려라. 우리는 인간을 만들기 위한 의식을 거행할 것이다>하고 일러 주었다.

신들은 사슴 가죽과 옥수수 두 개(흰 것 하나, 노란 것 하나) 등 여러 가지 물건을 가져왔다. 그들은 마술 의식을 거행하였다. 그러자 하얀 옥수수에서는 남자가, 노란 옥수수에서는 여자가 나왔다. 두 사람은∥울타리가 쳐진 땅 안으로 들어가 사랑을 나누고 쌍둥이 다섯 쌍을 낳았다. 반음양(半陰陽)인 맏이는 자식을 낳을 수 없었지만, 나머지 자식들은 모두 자식을 낳았고, 다시 그 자식들은 신기루 부족 사람들과 결혼하였다. 그 결합에서 현재의 인류가 태어났다.(251-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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