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망각의책

「스포츠: 잘 잰 시간의 감옥」 - 고든 피터스

엔디 2004. 4. 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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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Marching in the street

Tariq Ali & Susan Watkins, 안찬수·강정석 옮김, 삼인.
2002년 12월 13일 초판 4쇄 발행.


스포츠: 잘 잰 시간의 감옥
멕시코 올림픽 사보타주


스포츠는 비정치적 활동이라는 관념만큼 비판을 받지 않은 격언은 없다. 내가 아는 한 모든 스포츠 행사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토론의 주제로 삼은 적은 결코 없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이유로는 적어도 네 가지가 있다.

1. 스포츠는 '경쟁심'을 고취한다.

2. 오늘날 대회가 개최될 때 스포츠는 민족주의의 가장 원색적인 형태를 고취한다.

3. 육체적인 건강함을 강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군국주의적이다.

4.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는 (아름다운 것이 좋은 것이라는 관념을 함축하고 있는) 관념은 파쇼적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스포츠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 즉 스포츠는 민중의 아편으로 주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껏해야 스포츠는 노동자 계급에게 고통스러운 일에서 벗어나는 거짓 '탈출구'를 제공해 줄 뿐이다. 일류 선수들이 대개 '성공'을 이룬 노동자 계급 출신의 젊은이라는 사실이 지적될 때에도 자기 만족적이며 대체로 반동적인 성격을 지닌 그들은 거의 놀라지 않는다. 옛날에 성공한 사람들은 술집이나 스포츠용품점을 얻었다. 어쨌든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북아일랜드 축구 선수) 조지 베스트Geroge Best의 부티크는 종류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스타일이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몇몇 출세한 사람들만이 스포츠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익숙할 뿐이다. 가장 노골적인 것으로 리 트레비노Lee Trevino가 올해의 미국 골프 오픈American Golf Open에서 우승했을 때 신문 기사들에는 상금을 받은 기쁨에 대한 이야기가 넘쳤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던 스포츠의 또다른 영역인 올림픽이 마침내 공격 대상이 되었다. 미국 올림픽 팀의 흑인 선수들이 제안한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고 차선책으로는 무하마드 알리의 복권 운동에 동참하는 인권을 위한 계획Project for Human Rights은 스포츠 영역에서 근거없이 내세워졌던 '인종 차별 폐지'라는 주장이 거짓임을 드러냈다.

흑인 선수 가운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아주 소수다. 그러나 유쾌한 한때를 맞이하려고 수많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귀중한 청춘을 낭비하고 있다. 그리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흑인 스타일과 자기 자신을 관련 지어 생각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자기 자신을 거세하고 있다.

한 명의 흑인 육상 선수가 올림픽 팀에서 이탈하거나 또는 그외 방법으로 멕시코 올림픽 경기를 혼란시킨다면 그에게 마구 비난이 쏟아질 텐데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일 것이다. 그런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결국 너무 힘에 겨운 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백인 언론인은 그 운동이 허장성세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백인 언론은 틀렸다. 흑인 선수들의 제안이 던져 준 충격은 이미 표면적인 파문을 넘어섰다.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우롱당할 수만은 없다는 그들의 메시지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스포츠를 좋아하는 미국 기성 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비정치적인' 스포츠가 지금까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을 발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역설적인 일일지는 몰라도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고든 피터스Gordon Peters
『블랙 드워프』, 1968

(2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