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탄압' 때문에 운영을 할 수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동아일보》가 택해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광고 탄압'이라고 하니까 70년대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 때의 《동아일보》는 대단했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박수로 채택하였다. 이것이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박 정권은 그 해 12월 16일부터 광고주들을 압박하여 《동아일보》에 광고를 주지 못하도록 했다. 《동아일보》는 75년 3월 결국 사주가 정부에 굴복할 때까지 한동안 백지광고 또는 격려 광고로만 채워졌다(강준만 2000, 486-490). 《동아일보》 스스로도 당시 광고 탄압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東亞日報 민족과 더불어 80년'이라는 글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이 광고 탄압 사건을 다루고 있다.

Daum 아고라 글 블라인드 공지
어쨌든 지금 우는 소리를 하는 《동아일보》에게 문제는 국가 권력에 의한 광고 탄압이 아니라 시민 결의의 '광고 탄압'이다. 지금 《동아일보》는 꽤나 급한 모양이다. 《동아일보》는 불과 며칠 전 사설을 통해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본보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본질을 짓밟는 어떤 세력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언론자유를 수호할 것임을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그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는 것이 다음 아고라의 글을 블라인드 처리 하는 등 언로를 막는 방법이었다는 사실이다. 《동아일보》가 진정 언론자유를 원한다면, 다른 방법을 택해야 마땅했다.

1. 조중동이 택해야 할 길

늘 언론자유를 주장했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택해야 할 길은 명백하다: 신문 값을 올리는 것이다.

한국의 신문 값은 너무 싸다. 한국신문협회국내 신문 구독료 변화 연혁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500원 하던 것이 최근에 그나마 올라서 이제 600원이다. 알다시피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구독자 수가 많이 늘어서 "자칫 유동성 위기 등 경영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예견도 있을 정도다. 신문 값이 너무 싸서 구독자가 많을수록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신문이 신문 값을 받을수록 손하라면, 신문은 무얼로 먹고 사는가: 바로 광고다. 한국의 이야기다.

사실 나는 이 글에서 약간 이상주의적인 말을 하려고 한다. (이 실용주의의 시대에!) 하지만 언론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이상주의가 꼭 필요하다. 아니, 사실은 내가 하려는 말이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신문 값이 너무 싸다는 이야기는 바로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이 자주 했던 말인 것이다. 그러던 2004년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인하하면서 '덤핑' 논란이 일자 《중앙일보》 측은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 한 부당 제작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신문 용지대와 잉크값 등 순수 재료비는 5500원인데 이를 어떻게 덤핑이라고 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에 대해 다른 신문들이 《중앙일보》를 맹비난하면서 인용했던 것이 홍석현의 말이었고, 이에 덧붙인 말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내 말이 그 말이다. 나는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신문 값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언론이 정치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노무현만큼 언론에게 두들겨 맞은 대통령이 또 있을까. 반면 경제 권력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역시 꽤 오래된 이야기다: 손석춘은 《세계일보》의 '삼성의료원 부실 기사'와 서울신문의 '한솔 뇌물사건 연쇄연루' 기사 등을 비롯하여 경제 권력에 무릎 꿇은 신문의 이야기를 길게 전한다(손석춘 1997, 111-121). 그들이 경제 권력에 약한 이유는 그들이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 신문 값과 광고 수입 비율

손석춘(1997, 117)은 기자협회에서 1995년에 조사한 '신문수입 중 광고수입 비중'을 싣고 있다. 이 표에 따르면 지방지와 경제지를 제외하고는 《조선일보》가 가장 높은 광고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신문 광고비율(%) 신문 광고비율(%)
서울신문 74.5 경인일보 72.7
세계일보 73.2 부산매일 85.8
조선일보 84.9 부산경제신문 95.3
한겨레신문 72.4 경남신문 79.7
서울경제신문 90.4 대전일보 75.4
강원일보 76.2 인천일보 79.4
광주매일 84.3 전남일보 73.5
국제신문 87.8 제주신문 72.1
[표1] 신문수입 중 광고수입 비중 (기자협회, 1995)

이런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여서 미디어경영연구소가 2004년 발표한 '신문 광고·판매 매출 비교'를 보면 전국지의 광고수익 대 판매수익의 비율은 82.5% 대 17.5%로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또 신문발전위원회가 공개한 2005회계년도 일간신문의 구독수입광고수입 자료(pdf)를 보아도 전체 수입 가운데 구독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개 3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대체로 한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바로 이웃 일본만 해도 한국과는 다르다. 미디어오늘이 인용한 일본신문협회의 자료는 일본 신문들이 구독료를 인상한 결과 1992년 이후 판매수입이 광고수입을 앞지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신문협회의 『일본신문 2003 DATA BOOK』에는 일본 신문의 판매 및 광고수입의 비중이 잘 나타나있다(신인섭 2004, 18).

연도 판매수입(%) 광고수입(%)
1995 60.2 39.8
1996 58.9 41.1
1997 58.6 41.4
1998 60.1 39.9
1999 60.4 39.6
2000 58.7 41.2
2001 59.7 40.3
2002 62.2 37.8
[표2] 일본 신문의 판매, 광고수입 (일본신문협회, 2003)

이제 눈을 유럽으로 돌려보자. 유럽 신문들은 대체로 광고수입 비중이 낮다. 대표적인 유럽 신문의 하나인 프랑스의 《세계Le Monde》지의 경우 광고수입 비율이 38%에 불과하다. 이것은 최근 증가한 숫자로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광고수입 비중은 30% 정도로 유지되었다(최연구 2003. 69). 그밖에도 일반적으로 서구 신문의 광고 수입 비중은 무척 낮다. 캐나다나 미국 등 북미권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광고수입 비율이 60% 내외이거나 50% 미만이 된다(신인섭 2004, 16).

  판매수입(%) 광고수입(%)
이딸리아 46 54
영국 40 60
프랑스 53 47
독일 57 43
노르웨이 37 63
캐나다 21 79
[표3] 서구 수개국의 판매와 광고 비율 (세계신문협회WAN, 2003)

3. 미국의 광고수입 비율과 지방지의 특성

미국의 경우는 광고수입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한국 신문보다도 그 비율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판매수입(%) 광고수입(%)
1980 73.0 37.0
1985 76.7 23.3
1990 78.7 21.3
1995 78.8 21.2
2000 82.2 17.8
[표4] 미국 신문의 광고, 판매수입 (미국 신문협회)

그러나 미국의 경우, 전국지라고 할 만한 것이 《미합중국 오늘USA Today》 외에는 없다시피 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수많은 지방지들에는 지방의 작은 회사 광고도 많이 실릴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부고 광고 같은 것도 30달러 정도면 낼 수 있다고 한다(출처: 원문한국어). 그래서인지 미국 신문에서 전국 광고의 비중은 15~16%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소매광고가 36~40%를 차지하고, 안내 광고가 44~48% 정도를 이룬다(신인섭 2004, 17).

또, 미국은 광고 단가 자체가 훨씬 싸다. 임동욱(1998, 10)에 의하면 미국의 광고 단가는 한국의 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면 미국에서는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신문에 광고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손석희도 여러 강연에서 "MBC도 수신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그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렇게 함으로써 "중소기업도 공중파에 광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고 하였다.

국가(신문) 단가
한국(조선·중앙·동아·한국) 7750만원
한국(기타) 4150만원
미국(월스트리트 저널) 1880만원
일본(요미우리) 3300만원
[표5] 한국, 미국, 일본 신문의 전면광고비 비교 (임동욱, 1998)

그러므로 미국의 경우는, 광고의 비중이나 광고 단가 등의 요인으로 보아, 신문이 자본(권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한국보다 적을 수 있다. (실제로 영향력을 비교해서 적다는 뜻은 아니고, 적어도 그럴 개연성만은 있다는 말이다.)

4. 무가지와 조중동

무가지는 공짜 신문이란 뜻으로, 독자들에게 무료로 신문을 나누어 주는 대신 광고로 경영을 해 나가는 신문을 말한다. 《메트로》나 《포커스》, 《AM7》 등 많은 무가지 때문에 스포츠신문은 물론이고 일간지들도 몸살이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메트로》나 《20분20 minutes》과 같은 무가지 때문에 기존 일간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가로Le Figaro》지와 《해방La Libération》지가 1.2유로(약 1900원), 《세계Le Monde》지가 1.3유로(약 2100원)이므로, 프랑스의 신문값은 비싼 편이기 때문에 어려움은 클 것이다.

무가지는 무료이기 때문에 광고 수익만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무가지의 경우 광고 지면이 뉴스 지면과 비슷하거나 더 많다. 2003년 최경진 교수팀이 3개 일간지를 3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메트로》, 《포커스》, 《AM7》의 광고 지면은 평균 48%에 이르렀다. 또 2004년 《미디어 오늘》이 1월 1일부터 16일까지 조사한 결과도 전체 지면의 44~52%가 광고임을 보여준다.

신문 광고 비율(%)
메트로 53
포커스 50
AM7 41
평균 48
[표6] 무가지 광고비율 (최경진, 2003)
신문 광고 비율(%)
메트로 46.7
포커스 51.6
AM7 44.1
[표7] 무가지 광고비율 (미디어오늘, 2004)

그런데 놀라운 것은 무가지를 수준낮은 신문이라고 폄하했던 일부 일간지들의 광고 비율이 무가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김춘식 교수는 조중동의 2002년 전체 지면 중 광고 비율이 45.5%에 달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처럼 광고 비율이 높은 것은 한국의 특이한 현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03년 2주간 국내외 신문의 광고 비중을 조사하여, 한국 신문의 광고 비율을 외국과 비교하였다.

매체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 NYT The Times Le Monde 아사히
광고 면 58.72% 59.39% 58.02% 42.22% 35.47% 46.96% 39.35% 42.27% 13.96% 46.97%
광고 없는 면 0.52% 1.30% 5.47% 10.58% 25.42% 5.11% 43.18% 8% 34.17% 3.29%
[표8] 한국과 외국 신문의 광고 비율 비교 (민언련, 2003)

민언련의 조사 결과를 보면 조중동은 광고 지면 자체만 가장 많은 것이 아니라 아예 광고가 없는 면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박 정권이  《동아일보》에 대한 압박 카드로 광고 탄압을 택하게 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조중동이 스스로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을 '광고 탄압'을 여긴다면, 그런 탄압을 받지 않기 위해 광고 비율을 스스로 줄이고, 판매 수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그러면 (정말 본인들의 논지가 옳다고 믿는다면) 시민들의 '광고 탄압'에도 아랑곳 않고 스스로의 논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또한 정연구 한림대 교수의 '신문 무료화 현상과 저널리즘'을 참고해볼 수 있다. 정 교수는 그 글에서 신문의 정가(1달 구독가)가 2만원이 되더라도 "넉넉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 광고와 소비자 주권

동아일보는 시민들의 불매운동을 두고 사설에서 "언론자유 유린이자 기업경영 방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소비자는 스스로의 소비를 스스로 통제할 권리가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알리고 동참할 것을 설득할 권리도 있다.

김광수 고려대 언론학 교수가 2005년 발표한 '광고와 언론'(pdf)이라는 글을 보면, CBS가 에미 상을 받은 드라마를 재방송하면서 광고주인 P&G의 요구에 따라 일부 에피소드를 취소한 사례가 나온다. P&G는 총기 통제, 낙태, 컬트 등의 기사 근처에 광고를 싣지 않기 때문이다. P&G는 또, 2000년 파라마운트 텔레비전의 토크쇼 진행자가 동성애를 생물학적인 일탈이자 성서에 배치되는 행위로 간주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광고를 취소하기도 하였다.

Notable Sinclair advertisers

sinclairaction.org에 올라왔던 광고주 목록.

김광수 교수가 든 사례 가운데에는 좀더 정치적인 사례도 있다: 싱클레어 계열의 방송사에서 부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케리를 공격하면서, 진보적 시각은 제외하고 보수적 논평만 방송하자 스테이플즈 사는 이 방송사에 대한 광고를 철회했다. 이 철회는 시민단체가 스테이플즈 쪽에 철회 압력을 가했고 회사는 이에 동참하여 벌어진 일이었다. 시민들은 sinclairaction.com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광고주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플즈가 이 운동에 동참하여 광고를 뺐다는 워싱턴포스트 기사도 등장했지만, 이는 오보로 밝혀졌다. 중요한 것은, 광고주를 압력하는 류의 시민행동이 용인될 수 없는 사안은 아니었고, 오보까지 날 정도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2008. 6. 26. 12:18 추가)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수사기관이 시민단체를 구속 수사했다거나 그럴 방침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없다.

시민들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소비할 권리가 있으며, 광고주 역시 자신의 소비자인 시민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를 두고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억지다. 오히려 공권력으로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막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하겠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 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들고 일어난 '쇠고기 정국'의 촛불문화제 역시 정당한 소비자 주권이 아니겠는가?

참고문헌

강준만. 2000. 『권력변환 한국 언론 117년사: 1883-2000』. 서울: 인물과사상사.
김광수. 2005. "광고주의 언론에 대한 영향력 고찰--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실린곳: 『관훈저널』.
신인섭. 2004. "우리 나라 신문광고요금". 실린곳: 『KAA저널』. 2004년 7~8월. 서울:한국광고주협회. 14-24쪽.
임동묵. 1998. "세미나 중계". 실린곳: 『KAA저널』. 1998년 10월. 서울:한국광고주협회. 10-13쪽.
최연구. 2003. 『르 몽드』. 살림지식총서048. 서울: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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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ariscom.info 2008.06.28 15:57 신고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요즘 몸이 아파서 뒤늦게 트랙백 보았습니다.
    정말 한국 신문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너무 싸지요.
    스페인의 ABC는 1부에 1유로나 하더군요.. (대신 지면 수가 거의 100페이지;;)
    하지만 현재도 무료로 몇 달 보여줘야 구독하는 마당에 신문값을 올리면 구독자가 과연 붙어있을지.. 딜레마입니다.

    (돈값을 못하는 신문의 퀄리티도 문제지만 콘텐츠의 소비에 돈을 내려 하지 않는 문화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endy.pe.kr 엔디 2008.06.29 02:33 신고 댓글주소 | 수정/삭제

      동감입니다. 문화적인 문제죠.
      몸 불편하신데 트랙백에 신경 쓰지 마시고 당분간은 편히 쉬세요. 그럼 씻은 듯이 나으실 겁니다.

  2. 2011.07.13 08:37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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