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오마이뉴스 박성호 기자의 공정택지지문자 거부할 수 없었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다. 교육감 선거본부의 선거 운동이 '스팸 문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성호 기자는 그 문자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를 썼다. 그리고 선본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홍보과 번호를 알아냈지만 그쪽 전화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고 썼다.

내가 같은 곳으로부터 문자를 받은 것은 오늘 낮 12시가 좀 넘어서였다. 문자 내용은 이랬다:

[선거정보]전교조
는안됩니다 공정
택 현교육감에게
표를몰아주세요!
 거부0802855000

먼저 박 기자처럼 수신 거부 번호(080-285-5000)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헛수고였다. 신호가 가는 듯 '따르릉' 하더니 이내 '뚜- 뚜- 뚜-' 통화중 신호가 흘러나왔다. 몇 번을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한번 '따르릉' 하고 곧이어 '뚜- 뚜- 뚜-'다.

하릴없이 발신 주소인 02-2269-8025로 전화를 걸어 봤다. 박 기자의 때와 마찬가지로 수신은 안 되는 전화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정작 수신거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신거부가 안 돼도 문자가 오면 그냥 지우면 되고, 전화가 오면 그냥 끊으면 된다. 오히려 문제는 이 전화번호를 선거본부에서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하는 점이었다. '명색이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인데…….'라는 생각에 나는 약간 흥분한 상태가 되어 공정택 후보 홈페이지에 나오는 전화번호(02-2237-3300)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받으시는 분께서 해당 부분은 홍보실에서 담당한다고 하시며 최아무개 홍보실장이라는 분의 전화번호(02-2269-8016)를 알려주셨다.

공정택 후보 선거본부 홍보실장과의 통화#

박성호 기자의 기사도 있고 해서 혹시 안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홍보실장이 전화를 받았다. 홍보실장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홍보가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수집했는지를 물었더니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 모집했다고도 하고, 동창회 같은 곳에서 받았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의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조회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그 추천인 정보는 거의 다 폐기해서 알 수 없다고 했다:

¶ 사람들이 제 번호를 선본에다 보내드렸다는 말씀이네요?
홍보실장 : 선거법상 가능한 선거운동 방법이고요.

¶ 제 동의 없이 제 번호가 갈 수 있다는 말이네요?
홍보실장 : 부모님이나 친구분들이…… '보내도 괜찮다'고 확인은 안 받았지만…….

¶ 제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어야 되는 거란 말씀인가요?
홍보실장 : 아니요. 직접적으로 알지 않고, 동문회 명단 같은 것을 사용해도 선거법상 지장은 없습니다.

¶ 그럼 (제 정보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홍보실장 : 서울시 유권자가 지금 800만 명이잖아요? 저희가 선거운동 기간 13일 동안 데이터를 다 정리할 수가 없어요. 저희가 핸드폰 번호만 입력하고 나머지는 다 파기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추천인을 찾을 수는 없어요.

¶ 수신거부 전화로 전화를 해도 계속 통화중이던데요.
홍보실장 : 전화가 많이 와서 그렇습니다.

¶ 수신거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가 보네요?
홍보실장 : 다들 그렇죠, 저희뿐이 아니고요. 주경복나 이인규 후보쪽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스팸메일 보낸다고 항의가 엄청 많이 가거든요. 저희가 데이터를 생성을 해서 보내는 것은 아니거든요.

¶ 그러면 제 번호가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시단 말씀이시죠?
홍보실장 : 일단 찾아는 보겠습니다. 저희가 데이터를 찾아봐서 추천인이 적혀 있으면 저희가 말씀을 해 드리겠습니다. 없는 것을 거짓말로 말씀드릴 수는 없잖아요? 일단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저희가 삭제해서 문자 발송 안 되도록 하겠습니다.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개인정보#

이상해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지도과 02-762-3939)에 전화를 걸었다. 지도과 담당자는 선거법상 문자 메시지 발송 등의 선거 운동은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그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규정은 선거법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현재 선관위에 같은 질문을 해온 경우가 있는지 묻자, 근래 유사 질문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현재 선관위는 이 부분--개인 정보 수집--에 대한 지침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만약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경찰청에 문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금해서 법제처 홈페이지를 뒤졌다. 공직선거법 109조 ①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중 선거권자에게 서신·전보·모사전송 기타 전기통신의 방법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인터넷[광고의 경우에는 제82조의7(인터넷광고)의 규정에 따른 광고에 한한다]·전화(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한다)에 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편이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금지하되, 인터넷과 전화의 경우는 허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은 합법이다.

또한, 같은 법 82조의 5 ②항은 "[...] 선거운동 목적의 정보(이하 "선거운동정보"라 한다)를 전자우편으로 전송하거나 전화를 이용하여 전송(송·수화자간 직접 통화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선거운동정보에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음 각호의 사항"이란, 선거운동이라는 사실과 수신거부의 방법이다. 따라서 이 부분도 문제가 없다.

개인정보 수집과 아주 약간 관련이 있는 규정이 있는데, 82조의 5 ⑥항은 "누구든지 숫자·부호 또는 문자를 조합하여 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등 수신자의 연락처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정보를 전송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번호 조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무차별 발송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이 규정이 있기 때문에 선본에서는 추천인 등을 통해 전화번호를 확보하여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앞서 살펴본 109조 ①항에서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면서도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하였다는 점이다. 여기서 "자동송신장치"가 컴퓨터가 임의의 번호를 조합하여 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번호 모두에 선거운동 정보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만약 뒤엣것이 맞다면 어느 선본이든지 문자메시지를 직접 보내지 않고, 엑셀이나 액세스 등 기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발송한 선본인 선거법 위반이 된다.)

개인정보보호 규정의 구멍#

공직선거법에는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한 규정이 없었다. 개인정보수집과 관련하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이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공공기관의 권한과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교육감 선거본부와는 관계가 없다. 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여기서 개인정보의 수집과 관련한 규정은 모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관련한 내용뿐이다. 이 법의 2조 ①항 3호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사업자와 영리를 목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이므로 영리 목적이 아닌 교육감 선거본부와는 관계가 없다.

비영리 단체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내가 과문하여 못 찾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혹시 있더라도, 유명무실한 법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거의 제한 없이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포털로부터 개인정보를 사들이거나 웹사이트 해킹을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창회나 동호회, 종교 단체 등 기타 비영리단체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는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며, 어떻게 파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도 없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파기되지 않고 파일이나 문서의 형태로 개인정보가 남아 있다면, 언제나 이들 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화한 공정택 후보의 홍보실장은,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는 '추천자'를 통해 받았지만 '추천자'가 누구인지는 대부분 파기해버려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선거운동을 위한 개인정보의 관리가 법에 의하지 않고 선본의 임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의 보완#

현재까지 나에게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보낸 선본이 공정택 후보 선본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 후보 선본과 접촉한 내용이 주가 되었지만, 사실 다른 후보들의 경우도 이 개인정보와 관련한 내용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사태가 야기할 수 있는, 개인정보 대란을 막기 위해서 국회는 법률을 수정·보완하여야 한다. 먼저 선거법을 개정하여 공직 선거에서 사용되는 개인정보의 수집·관리 및 파기의 과정을 투명하고 엄격하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온라인상의 개인정보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의 개인정보의 수집 및 거래에 대한 일반적인 법률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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