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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는 건조하다. 영화가 줄거리삼은 것들이 결코 건조하지 않고 오히려 '질펀'하거나 축축한데도 건조하게 느껴지는 것은 '홍상수 어법'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야기를 푸는 방식탓이다. 식당에서 날아드는 파리를 쫓는 모습이나 금붕어에게 가만가만 먹이를 주는 모습같이 아무렇지 않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한 편의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세밀한 언행, 혹은 그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오! 수정》은 이어서 보다 자세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부터 이미 홍상수 감독의 중요한 관심거리였음이 분명하다.

《강원도의 힘》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공간이다. 직소퍼즐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우리는 그 영화를 짜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어법도 공간의 상상력도 사실은 인물에 초점을 두고 펼쳐졌다는 생각을 나는 아직도 떨칠 수가 없다. 영화 속의 지숙은 매우 답답한, 매력적인 캐릭터다. 상권도 현실 속에 파묻혀버린, 어떤 소꿉장난의 기억을 가진, 할 말 많은 캐릭터다. 그런데 상권과 지숙의 모습은 상권-지숙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잘게 쪼개져 여러 공간 속에 '건조'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숨은 그림'은 절벽에서 남자가 여자를 민 것으로 추정되는 커플과 금붕어다. 그들이 지숙과 상권을 속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말하자면 그런 '형국形局'이라는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가 흔히 '사실주의'라고 평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홍상수의 영화가 '객관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의 영화는 냉정하다. 일테면 교수인 후배가 비행기를 타고 떠나버린다든지, 항공사 직원이 뒤이어 떠난다든지, 아직 살아있는 생물을 산 채로 묻는 모습이라든지, 하는 세부적인 것에서부터 그 배경까지가 어떤 주관적 개입도 없는 냉정함의 주관성을 통해서 구성되어 있다.

시간 순서대로 구성하면 술안주감도 안 될 이야기가 능히 한 편의 영화가 되는 것은 그 냉정함을 바탕으로 한 무개입의 주관성이 일관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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