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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3.06.14 건조한 울음의 낭비: 이원세《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전양자, 안성기, 김추련, 금보라, 전영선 등의 캐스트로 지금으로 봐서는 상당한 스타캐스팅인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은 원작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영화였다. Rendez-vous de Séoul의 '서울프랑스영화제'에 포함되어 상영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보았다.

무엇보다도 조세희의 원작은 연작소설임에도 마치 장편소설처럼 일관된 무언가가 있어 그 짜임새를 잘 느낄 수 있게 하였는데, 이 영화는 장편영화임에도 장면과 장면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분산된 느낌을 주었다. 영수(안성기 分)를 중심으로 영화 줄거리가 이끌어지기는 하는데 그것이 아버지와 동생들, 명희 등의 에피소드들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영화는 또, 비루함을 가지고 원작의 정신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난장이네 가족들이 겪는 일들을 감상적이고 비루하게 만들어 그들을 어떤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극 내내 울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더 건조하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이 담담함을 보였다면 오히려 내가 진정 울었을지도 모르는데.

선량함도 마찬가지다.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될 착함이 등장인물들에게 있었다. 가령, 명희가 죽고난 뒤 영호, 영희와의 대화에서 영수의 "가난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다"는 대사는 영화전체를 일거에 무너뜨려버린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사람은 김불이 씨다. '난쟁이' 역할을 맡은 그는 가장의 역할과 놀림받는 난쟁이의 역할, 그리고 달나라에 '릴리푸트'마을을 건설하는 환상게 빠져있는 모습들을 잘 소화해냈다. "극단에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술집에서 일하면서 삶의 역함을 알게 되었다"는 그의 말은 이 영화 전체를 통해 단연 압권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영희(금보라 分)가 철거촌에 새로짓는 아파트 분양권 장사를 하던 남자를 따라가 그와 동거하면서 몰래 분양권을 훔쳐오는 부분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관계 후 영희는 욕실에서 울고, 남자는 침대에 남은 혈흔을 보고 만족해 하는 부분도 말할 수 없이 황당하고 웃기는 설정이지만, 그보다 분양권을 훔쳐 아파트를 신청하는 영희를 남자가 발견하고서 "난 니가 이뻐"라면서 오히려 분양권만 갖곤 아파트를 신청할 수 없다며 돈을 건네주는 장면은 감독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검열이 심해서 영화가 그랬다는 말도 있지만 너무 심각한 원작 훼손이다.

어쨌든 영희는 분양권을 가지고 돌아오지만 난쟁이는 죽어있다. 아마 자살인 듯 하다. 릴리푸트 마을을 건설하러 갔을까? 그렇지만 이 영화는 '거인'이 만든 영화다.

덧1: 안성기가 큰 아들로, 이효정이 작은 아들로 나오는 건 그렇다 쳐도…… 금보라가 막내딸로 나오다니!
덧2: 영화 포스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을까.
Posted by 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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