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2

모두 가해자: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해

대구 지하철 참사는 과장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는 말을 직접 쓸 수 있을 정도의 큰 재난이었다. 시신은 뭉개져 몇 구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탔다. 뼈속까지 탄 시신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도 신원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족들의 반응도 슬픔이라는 말보다는 오열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내가 아는 친인척들, 친구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글을 써야 한다고, 꼭 써야한다고 느꼈다. 방화범을 어떻게 죽이면 딱 좋을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랬다. 방화범은 나쁜 사람이라는 1차원적인 발상만이 떠돌고 있다. 신문을 보니 방화범이 신병(뇌졸중)을 앓기 전까지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병신, 장애인, 애인, 애자, 장애우, …애우?

'병신病身'은 모자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애인을 지칭하는 말로 예전에 주로 쓰였고, 욕으로도 쓰였다. (지금도 쓰인다.) 언젠가 병신이라는 말 대신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병신은 그 病이라는 글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말이다. 욕으로도 쓰이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장애인은 가치판단이 들어가있지 않은 (혹은 적은) 말이라는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가령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 등과 같은 말 대신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언어 장애인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써 왔다. (여담이지만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 등이 순 우리말이고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언어 장애인 등이 모두 한자어라서 조금 껄끄럽기도 했다.) 최소한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