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3

'실용'주의와 언어 제국주의: 이명박 정부의 영어 이데올로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경 쓰는 것은 한반도 대운하와 기업 투자, 그리고 영어 교육 뿐인 것 같다. 영어 몰입교육을 주창하다가 한 발 물러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다시 영어 이야기를 꺼냈다. 이경숙 위원장은 "처음 미국에 가서 (표기법 대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Orange'라고 말하니 알아듣더라"는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영어 교육을 위해서 외래어 표기법을 바꾸자고 제안했고, 인수위 공식적으로는 "학교 교육만으로 영어를 해결하기 위해 5년간 4조원을 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경숙 위원장은 적어도 한 대학의 교수로 오래 일했고 총장까지 지냈던 교육자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국내에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

한국어의 국제 기구 공개어 채택과 한글 찬사 사이의 간극

한국어, 최초로 국제기구 공식언어 채택 쾌거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모든 언어가 '도구'로서의 기능만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언어의 타동사적인 측면은 자동사적인 측면보다 훨씬 강조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언어 예술이라고 불리는 문학이나 언어를 통해 내밀한 사유를 하는 철학이 아니라면, 언어는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도구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언어가 다른 언어보다 뛰어나다거나 못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어떤 언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유는 분명히 언어 외적인 것이다. 옛적의 중국어, 프랑스어가 그랬고, 지금의 영어가 그렇다. 대학 시절 한 선생님은 대학생들이 소위 '원서'라고 하는 깨알 같은 영미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 나라의 학문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

한국 말의 로마자 표기법

1 로마자 표기법을 둘러싼 논란과 2000년 발표된 새 로마자 표기법안을 살펴보고 나서 나는 다시 『훈민정음』을 생각했다. 정인지는 『훈민정음』에 붙인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사방의 풍토가 구별되고, 성기聲氣가 또한 따라서 달라진다. 대개 외국(중국 이외의 나라)의 말은, 그 소리는 있되 그 글자가 없어서, 중국의 글자를 빌어다 통용通用하니, 이는 마치 모난 막대기를 둥근 구멍에 끼운 것과 같도다. 어찌 능히 통달하여 거리낌이 없을 것인가. 然四方風土區別, 聲氣亦隨而異焉. 蓋外國之語, 有其聲而無其字. 假中國之字以通其用, 是猶枘鑿之鉏鋙也, 豈能達而無礙乎. 우리가 한국 말을 로마자로 표기하려 애쓰거나 외국 말을 한글로 표기하려고 애쓰는 것은, 여러 사정으로 그것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지 결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