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어릿광대의견해 74

포커스 대 중앙일보

메트로Metro의 한국판이 등장하자마자 비온 뒤 대나무순처럼 지하철 공짜신문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포커스Focus와 문화일보에서 만든 에이엠세븐AM7, 그리고 일간스포츠에서 만든 굿모닝까지 현재 총 4종류의 공짜신문이 있다. 여기에 스포츠조선 쪽에서도 공짜신문 창간을 준비중이라 하니 지하철 신문에 대한 경쟁은 더 커질 전망이다. 메트로와 포커스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문화일보 쪽이나 스포츠신문들은 왜 스스로의 시장을 위축시킬지도 모르는 공짜신문 경쟁을 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제 살 깎아먹기"는 공짜 신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3대 일간지 중 하나라는 중앙일보는 얼마전 신문구독료를 대폭 인하했다. 다른 신문들이 '덤핑' 판매라며 비난하는 가운데서도 중앙일보 측은 "덤핑은 (신문 제작의) ..

대통령 탄핵과 국익, 그리고 송두율

탄핵안이 의결되었다. 대통령의 몇몇 말과 행동이 탄핵 사유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탄핵이 발의된 때에 이미 쓸모없게 된 질문이었다. 『한겨레』는 헌법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을 12일자 머릿기사로 실었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을지 몰라도 최선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겨레)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의 공판만이 남아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의견들이 새로운 국면을 예고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여론과 공론을 수렴하여 스스로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 판단은 그들에게 맡겨두자. 우리에게는 우리의 할 일이 있다. 대선 이전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 서로 의기투합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가 하나가 되어 반드시 통과시키는 것은 '..

지하철 자살과 즉물적 인식

수능철이라 그런가. 다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죽었다. 덕분에 TV와 신문은 참 오래간만에 한목소리로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지하철은 너무 위험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TV와 신문의 특징은 항상 사고가 일어난 다음에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 너무 ……했다"라고 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시민들은 돈내고 이용하는 지하철이 전혀 안전하지 않음을 이번에 몸으로 느끼고는, 그런 언론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양이다.맞다. 맞는 말이긴 하다. 우리나라 지하철 타는곳은 너무 위험하다. (바다 바깥의 사정이 어떠한지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땅이 좁아서, 또 지형적인 원인으로 해서 타는곳이 굽어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위..

나침반없는 좌우와 오락가락하는 정부와 언론

1 얼마전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장갑차 점거 사태가 있었다. 뉴스를 보면서 좌우를 막론하고 우리의 가슴은 수천년래 그래왔던 대로 철렁하고 다시 내려앉았다. 정부는 '한총련 합법화 논의'의 백지화를 검토했고, 다음날 부랴부랴 '합법화'는 변함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강금실 법무장관은 여전히 '신중론'을 폈다. 그것은 안보의 두려움을 반드시 느꼈을 보수·우파들과 전략적으로나 인정人情적으로 안타까움을 느꼈을 진보·좌파들이 함께 슬퍼할 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다만 추측일 뿐이지만, 어떤 면에서 접근해보면 이것은 한총련이 지휘체계의 일관성을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미군 장갑차 점거하는 수준의 행동은 그들에게 실제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들이다. (과거 '삼민투'의 미문화원..

노무현이 말하는 '똘레랑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홍세화가 소개한 '똘레랑스tolérance'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홍세화가 인용한 바에 따르면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¹이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모든)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므로, 똘레랑스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중 하나라 할 것이다. *¹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창작과비평사(1995), 289쪽. 노무현 대통령은 한총련의 5.18.묘역 시위로 행사 입장이 20분 가량 늦어진 사태를 접하고 많은 곤욕을 치른 것 같다. 그는 "자기 주장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모욕하고 타도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난동자에 대해 법..

어느 원어민 영어 강사의 오만

지하철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메트로》 4월 28일자에는 한국인의 '콩글리시'에 대한 비웃음이 실렸다. 론 샤프릭이라는 성균관 대학교 영어강사의 글이었는데 그의 글을 읽고서 나는 부아가 났다. "한국엔 눈에 거슬리는 콩글리시 너무 많아요" 론 샤프릭 성균관대 성균어학원 강사 kimhyuck@chollian.net 영어를 배우는 일이 한국인에게,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절실한 일인 것 같다. 취업을 위해서든, TOEIC 고득점을 위해서든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못해 차고 넘친다. 그러나 공부하는 것에 비해 영어 구사능력은 별로인 것 같다. 한국인들은 평소 대화중에 외국어, 특히 영어를 많이 섞어 말을 한다. 같은 민족인 북한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니. 채팅, 커뮤니..

언론은 언론 시장에서 판단받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4월 초 국정연설에서 '족벌언론',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일부 언론들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물론이고 비교적 '친노'했던 언론들까지도 일제히 비판의견을 냈다. '일부 언론'들에서는 언론학자들을 동원해 '언론은 독자와 시청자들로부터 매일 심판을 받는다'는 인용까지 하면서 노무현의 의견을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옳은 말이다. 문제는, 그게 실험실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물은 0℃에서 얼고 100℃에서 끓는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물이 0℃에서 얼지도 않고 100℃에서 끓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등산이라도 한 번 해본 사람은 그 차이를 더욱 잘 알고 있다. 이 경우,..

모두 가해자: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해

대구 지하철 참사는 과장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는 말을 직접 쓸 수 있을 정도의 큰 재난이었다. 시신은 뭉개져 몇 구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탔다. 뼈속까지 탄 시신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도 신원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족들의 반응도 슬픔이라는 말보다는 오열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내가 아는 친인척들, 친구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글을 써야 한다고, 꼭 써야한다고 느꼈다. 방화범을 어떻게 죽이면 딱 좋을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랬다. 방화범은 나쁜 사람이라는 1차원적인 발상만이 떠돌고 있다. 신문을 보니 방화범이 신병(뇌졸중)을 앓기 전까지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병신, 장애인, 애인, 애자, 장애우, …애우?

'병신病身'은 모자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애인을 지칭하는 말로 예전에 주로 쓰였고, 욕으로도 쓰였다. (지금도 쓰인다.) 언젠가 병신이라는 말 대신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병신은 그 病이라는 글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말이다. 욕으로도 쓰이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장애인은 가치판단이 들어가있지 않은 (혹은 적은) 말이라는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가령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 등과 같은 말 대신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언어 장애인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써 왔다. (여담이지만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 등이 순 우리말이고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언어 장애인 등이 모두 한자어라서 조금 껄끄럽기도 했다.) 최소한 나는 ..

TV가 권하는 책읽기의 즐거움, 공허한: MBC !느낌표

문자를 읽지 못하는 것이 '문맹' 이라면, 책 읽지 않는 사회는 '책맹사회' !! '책맹사회'는 '문맹사회'보다 위험합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데에 어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우리는 볼 수 없다. 책은 '읽어야 하는 것'으로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면서도 정작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주변에서 그다지 볼 수 없다. 자신의 무식함을 반 자랑삼아 (농담이겠지만)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책을 읽는다'는 사람도 종종 있다. 과연 책은 무척 지겹지만 보아야 할 것인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모토 아래 MBC의 '!느낌표'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계속 방송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읽자고 제안한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봉순이 언니』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오가다 그 책을 읽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