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2

내재적 접근론과 과거사법

객관적이라는 것은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잣대가 하나라면 분란이 일어날 염려가 없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룬다. 법치주의의 한계는 이미 선진先秦 시대에 유가 철학자들과 도가 철학자들이 누누이 강조했던 것이지만, 비할 수 없이 커진 현대 사회는 반드시 체계système에 의해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경계인'이라 불리는 송두율 교수를 생각한다. 송두율 교수가 귀국 후 잡혀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북에서 노동당에 가입했던 전력 때문이다. 보수 언론들은 큼지막한 활자로 그 글씨를 써 놓고 가판대에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두 장을 넘기면 송두율 교수가 썼던 책에서 '내재적 접근론'이 문제라면서 짐짓 독자들의 판단에 훈수를 두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론'은 사..

친일진상규명특별법과 과거사청산

'청산淸算'은 '맑게 계산하다'라는 뜻이다. 본래 금전 거래에 쓰일 이 낱말이 '과거사 청산'처럼 의미가 확장된 것은 역사적·정치적 문맥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꼭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에 방불하다는 데서 착안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금전 거래와 달리 과거사는 '청산'될 수 없는 것이다. 역사가 가진 명백함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은 이런 난관을 도외시하고 있다. 50년 이상이 지난 뒤에 행해지는 20세기 초에 대한 실사가 거둘 성과도 의문이거니와, 설령 명백한 친일행위가 드러났다 한들 그것이 우리와 후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될 염려도 무척 큰 이 일을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