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3

국민국가와 출산의 의무

우에노 찌즈꼬는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젠더 중립성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은 국민국가가 국민 혹은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그 요구는 '국방의 의무'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병역의 의무를 지우는 경우는 없다. 흔히 양성공동병역의무제의 사례로 이야기되는 이스라엘에서조차 여성의 복무기간이 남성의 복무기간에 비해 훨씬 짧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군으로 위문오는 선교단체들은 항상 젊은 여자를 앞세워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안전하게 사는 거죠?"하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인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옳다. 남성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

우리 안의 백호白好주의: 우리 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흰 살갗

제국주의 서구열강이 저질렀던 식민지 침탈이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마감되고, 제도로서의 백호주의白濠主義가 호주에서 1970년대에 마지막을 고했다. 그러나 아직도 '평등'은 멀기만 하다. 우리가 바라는 평등은 제도에 있어서의 평등만은 아닌 까닭이다. 희고 늘씬한 '미녀'들이 TV와 거리를 동시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 시대는, 서구를 좇아가려고 기를 쓰던 근대 초기의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때 다룰 중요한 말머리[話頭]로는 흰 얼굴과 흰 살갗에 대한 편집광적인 집착을 들 수 있다. 사람의 살갗 빛깔을 가지고 백인종이니 흑인종이니 황인종이니 홍인종이니를 굳이 구별하는 것은 크게 의미있는 일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살갗 빛깔과 여러 특징들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

중립성의 신화와 페미니즘의 목적: 『내셔널리즘과 젠더』

근대 이후의 사회도 근대 이전의 사회만큼이나 소수자가 억압된 사회이다. 여기서 근대가 시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그 시기가 스스로를 '이성理性의 시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는 이성에 윗점을 찍으면서 그것이 중심이 되면 '인권'과 같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는다. 꽁뜨 이후의 이성중심주의 혹은 과학주의는 '사실fait'을 중요시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실증성'을 강조하게 된다. 그것은 역사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실증주의자들은 "역사가들이 도달한 결론은 자연과학자들이 도달한 결론과 마찬가지의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고 믿고 있"어 일종의 '과학적 역사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차하순, 62). 물론 학자가 사료를 접했을 때에는 '사료검증'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상식에 속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