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2

과학과 정치윤리: 그리섬 대 서태윤, 천안함 미스터리

몇 년 전, 한국의 한 과학자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하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묘한 말을 했다. 안 그래도 가득할 대로 가득한 한국인의 국가주의nationalisme를 자극했던 그 말은, 비록 빠스뙤르Pasteur가 먼저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과학적'인 언사라고는 할 수 없었다. 조국을 위한다는 명목 때문인지 몰라도, 실제로 그는 여성의 난자를 구입하는 비윤리적인 행태에서부터 1차 자료 조작이라는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까지 저버리는 사건--사고가 아니라--까지 저질렀다. '조국' 운운한 발언의 여파는 컸다. 그에 대한 옹호는 지금도 정치적인 색채를 띤다: 난자를 매매한 것은 그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간단히 면죄부가 부여된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

구술사의 진실과 점근선: 뉴라이트식 실증주의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넘어서

흔히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라고 불리는 교과서포럼의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내세우는 것은 실증주의다. 그들은 기존의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교과서포럼 창립선언문을 통해 이렇게 자신들의 지향점을 밝혔다: 은 대한민국의 과거를 미화하지도 않겠지만, 비하하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히 우편향도 아니고 좌편향도 아니다. 오로지 있는 그대로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온 과거를 맑은 거울에 비추어보는 것처럼 진솔하게 보고자 한다. ‘실사구시(實事求是)’야말로 이 지향하고 있는 교과서철학이다. '좌편향'과 '우편향'을 벗어나겠다는 주장은 오래도록 우파의 논리였던 '탈정치'와 다를 바가 없고, '실사구시'라고 하는 것도 우파들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가 밝혀진 지금에 와서는 전혀 새로울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