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5

후세를 위해 노무현의 치수를 잰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변호인'은 성공한 영화다. 개봉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관객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반적인 서사 예술의 문법으로 봐도 변호인은 별다른 흠을 잡을 수 없는 영화다; 아니 흠을 잡을 필요가 없는 영화다. 학벌이나 환경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던 한 사내가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고, 그 다음에 보다 의미있는 일을 위해 사회적인 성공을 저버리는 이야기.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굳이 작은 흠을 찾자면 '속물 변호사' 송우석이 갑자기 '인권 변호사'가 되는 모습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점 정도가 될 것이지만 줄거리 자체는 수백 번도 더 들어본, 매끈한 것이다. 거기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덧칠하는 순간 관객은 구름처럼 몰렸다.지금까지 관객 1000만 명을 넘은 한국 영화는 모두 9편..

극장전 2014.02.04

풍자와 인터넷 댓글 놀이

"~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하는 이명박 댓글 놀이가 유행이다. 알다시피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에 이은 두 번째 정치 패러디 댓글이다. 민노씨.네 블로그를 통해 이 댓글 문화에 대한 반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명박 댓글 놀이가 찌질한 이유는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 댓글이 이명박이 아니라 이명박을 찍은 유권자들을 향한 풍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찌질하다고 주장하는 글이다. 하지만 나는 이 논의에 동의할 수 없고, 이와 같은 댓글 놀이의 한계는 인정하고서라도 재미있으면서도 일말의 의미가 있는 이 놀이는 계속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vs. "경제만 살리면 되지." 원문에서 "노무현 때문이다."가 수구 언론을 향한 것인 반면 "경제..

정조 콤플렉스: 박정희와 노무현

1. 조선의 임금들 "정조의 시대"라고 한다. 정조와 관련된 책이 쏟아져 나오고, TV 드라마도 정조 열풍이다. 조선조의 임금 가운데 현대인들의 지지와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인물은 많지 않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영조의 뒤를 이어 개혁을 펼친 정조, 둘 뿐인 것 같다. 경국대전을 만든 성종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사대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세조에 대한 심정적 거부와 이성적 칭찬은 이광수의 『단종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훈민정음 창제가 가장 빛나는 성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말하자면, 사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처음 듣는 서양의 언어학자들과 작가들의 이름을 대면서 "그들이 칭찬했다"고 입..

대통령 탄핵과 국익, 그리고 송두율

탄핵안이 의결되었다. 대통령의 몇몇 말과 행동이 탄핵 사유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탄핵이 발의된 때에 이미 쓸모없게 된 질문이었다. 『한겨레』는 헌법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을 12일자 머릿기사로 실었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을지 몰라도 최선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겨레)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의 공판만이 남아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의견들이 새로운 국면을 예고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여론과 공론을 수렴하여 스스로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 판단은 그들에게 맡겨두자. 우리에게는 우리의 할 일이 있다. 대선 이전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 서로 의기투합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가 하나가 되어 반드시 통과시키는 것은 '..

노무현이 말하는 '똘레랑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홍세화가 소개한 '똘레랑스tolérance'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홍세화가 인용한 바에 따르면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¹이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모든)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므로, 똘레랑스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중 하나라 할 것이다. *¹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창작과비평사(1995), 289쪽. 노무현 대통령은 한총련의 5.18.묘역 시위로 행사 입장이 20분 가량 늦어진 사태를 접하고 많은 곤욕을 치른 것 같다. 그는 "자기 주장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모욕하고 타도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난동자에 대해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