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사건의 핵심

"'공산당이 싫어요' 기사는 가필한 것" 이승복이 공산당에게 죽으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진위 여부가 지금까지도 논의 대상인가보다. 최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고, 조선일보는 신이 나서 판결문을 실었다. 일부 언론은 또한 이승복 사건이 날조 내지는 가필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국가적으로 유명해진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제목으로 뽑으면 독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측도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이슈화시키는 데 한몫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는지 외치지 않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우리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날조된 것..

현실로 나타난 김연아 올인의 문제

‘피겨 요정’ 김연아 어쩌나 김연아 '올인'에 대해서 우려했던 사태가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황우석 사건과 비교하여 김연아 올인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링크), 그때만 해도 '그럴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자' 정도였지 정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 비근한 주식 투자만 해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금언인데도, 다른 부분에서는 흔히 무시된다. 김연아 선수에 대한 '올인'은 그런 '대박 기대 투자'와는 또다른 해묵은 문제 하나를 더 갖고 있으니: 이는 스타 만들기다. 전체주의가 강한 국가일수록 스타 만들기에 전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모쪼록 김 선수의 쾌유를 빈다.

김연아 올인과 황우석

‘김연아 올인’…딴 요정은 어쩌나 : 스포츠일반 : 스포츠 : 뉴스 : 한겨레 빙상연맹이 김연아 선수에 대해 '무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는 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스포츠에서도 '선택과 집중'은 중요하다. 아마추어가 아닌 바에는 소질이 있는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여기서 '형평성'이나 평등이라는 가치를 들고나올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경험'에 대해서 한 마디 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가 대표 선수 한 사람에게 지원금 '올인'이라. 가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연전에 우리는 '국가 과학자'라는 명목으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게 어마어마한 연구비가 지급되었으며 앞으로도 지급될 것이라는 소리를 매일 들었다. 많은 사람들..

과학적 사고와 열등감

열등감이니 콤플렉스니 하는 말이 화제다. 그 말만큼 폭력적인 말이 없다. 김현 선생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지금의 독서 대중에게 폭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적이 있다. 어쨌든 한 번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로 낙인찍히면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그게 평생 아니면 영원히 간다. 정신분석 전문가도 아니고, 주치의도 아닌데, 본인도 모르는 콤플렉스를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집어내는 것일까. 이 열등감론이나 콤플렉스론의 무서운 점은, 상대가 반발하면 반발할수록 꼭 신빙성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필승의 법칙이다. 그러나 그 논지는 대개의 경우 과학적이지 못하다. 상당한 사람들이 당나라 황제가 선덕(여)왕¹에게 모란꽃 그림과 꽃씨를 보냈다고 알고 있다. 선덕왕은 대뜸 그 꽃에 향기가 없을 것이라 ..

사회적 약자와 국가주의

국민국가는 항상 '보통인'을 지향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박세호 씨가 "전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여러분은 축복받은 것입니다. 국방의 의무는 곧 축복입니다."라고 말한 건 그런 의미에서 국민국가의 농간이다. 과거 일본이 '대일본제국'을 칭할 때, 일본부인회가 여성 참전을 놓고 둘로 갈라져 싸운 일이 있다. 군대를 갈 수 없는, 따라서 국가를 지킬 수 없는 여성들은 항상 남성보다 못한 2등 국민으로 머물러야 했던 사정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아니, 거기까지 갈 일도 없다. 군가산점제의 위헌성을 알린 여성들을 남성들이 '이화 5적'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고, 자신들이 군대에서 겪은 고난을 가지고 유세하는 장면은 아직 현재진행..

국민국가와 출산의 의무

우에노 찌즈꼬는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젠더 중립성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은 국민국가가 국민 혹은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그 요구는 '국방의 의무'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병역의 의무를 지우는 경우는 없다. 흔히 양성공동병역의무제의 사례로 이야기되는 이스라엘에서조차 여성의 복무기간이 남성의 복무기간에 비해 훨씬 짧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군으로 위문오는 선교단체들은 항상 젊은 여자를 앞세워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안전하게 사는 거죠?"하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인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옳다. 남성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

체계적인 독서방법 가르쳐야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방학이나 휴가철을 맞은 사람들이 꼭 책읽기 다짐을 둔다. 오래 벼르던 대하소설 읽기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전을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보려는 사람도 있고, 역사책이나 교양과학 책을 읽으며 견문을 넓히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어떤 대학생들은 긴 방학을 이용해서 사상서 원전 읽기를 통해 스스로의 지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해서 이제 행복한 책읽기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다짐과 시도 속에서는 책읽기의 즐거움보다 책읽기의 괴로움, 부담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위인의 말씀을 우리는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귀에 새길듯이 들어왔다. 그 금언의 무게는 아무래..

떠도는 구호口號들과 단호한 시詩들

1 나는 아무래도 참을 수가 없다. 아프간 전戰에 이어 이라크 전戰이 터지면서 인터넷에는 시가 아니라 구호인 것들이 시인 척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심정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그들의 시에는 이상하게도 거부반응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은 아래 임화의 시를 다시 보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노름꾼과 강도를 잡던 손이 위대한 혁명가의 소매를 쥐려는 욕된 하늘에 무슨 旗빨이 날리고 있느냐 同胞여! 일제히 旗빨을 내리자 가난한 동포의 주머니를 노리는 外國商館의 늙은 종들이 廣木과 통조림의 密賣를 의론하는 廢 王宮의 상표를 위하여 우리의 머리 우에 國旗를 날릴 필요가 없다 同胞여 일제히 旗빨을 내리자 殺人의 自由와 약탈의 神聖이 晝夜로 방송되는 南部朝鮮 더러운 하늘에 무슨 旗빨이 날리고 있느냐 同胞여..

우리 안의 백호白好주의: 우리 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흰 살갗

제국주의 서구열강이 저질렀던 식민지 침탈이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마감되고, 제도로서의 백호주의白濠主義가 호주에서 1970년대에 마지막을 고했다. 그러나 아직도 '평등'은 멀기만 하다. 우리가 바라는 평등은 제도에 있어서의 평등만은 아닌 까닭이다. 희고 늘씬한 '미녀'들이 TV와 거리를 동시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 시대는, 서구를 좇아가려고 기를 쓰던 근대 초기의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때 다룰 중요한 말머리[話頭]로는 흰 얼굴과 흰 살갗에 대한 편집광적인 집착을 들 수 있다. 사람의 살갗 빛깔을 가지고 백인종이니 흑인종이니 황인종이니 홍인종이니를 굳이 구별하는 것은 크게 의미있는 일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살갗 빛깔과 여러 특징들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

어느 원어민 영어 강사의 오만

지하철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메트로》 4월 28일자에는 한국인의 '콩글리시'에 대한 비웃음이 실렸다. 론 샤프릭이라는 성균관 대학교 영어강사의 글이었는데 그의 글을 읽고서 나는 부아가 났다. "한국엔 눈에 거슬리는 콩글리시 너무 많아요" 론 샤프릭 성균관대 성균어학원 강사 kimhyuck@chollian.net 영어를 배우는 일이 한국인에게,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절실한 일인 것 같다. 취업을 위해서든, TOEIC 고득점을 위해서든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못해 차고 넘친다. 그러나 공부하는 것에 비해 영어 구사능력은 별로인 것 같다. 한국인들은 평소 대화중에 외국어, 특히 영어를 많이 섞어 말을 한다. 같은 민족인 북한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니. 채팅, 커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