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국가 2

사회적 약자와 국가주의

국민국가는 항상 '보통인'을 지향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이용한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박세호 씨가 "전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여러분은 축복받은 것입니다. 국방의 의무는 곧 축복입니다."라고 말한 건 그런 의미에서 국민국가의 농간이다. 과거 일본이 '대일본제국'을 칭할 때, 일본부인회가 여성 참전을 놓고 둘로 갈라져 싸운 일이 있다. 군대를 갈 수 없는, 따라서 국가를 지킬 수 없는 여성들은 항상 남성보다 못한 2등 국민으로 머물러야 했던 사정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아니, 거기까지 갈 일도 없다. 군가산점제의 위헌성을 알린 여성들을 남성들이 '이화 5적'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고, 자신들이 군대에서 겪은 고난을 가지고 유세하는 장면은 아직 현재진행..

국민국가와 출산의 의무

우에노 찌즈꼬는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젠더 중립성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은 국민국가가 국민 혹은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그 요구는 '국방의 의무'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병역의 의무를 지우는 경우는 없다. 흔히 양성공동병역의무제의 사례로 이야기되는 이스라엘에서조차 여성의 복무기간이 남성의 복무기간에 비해 훨씬 짧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군으로 위문오는 선교단체들은 항상 젊은 여자를 앞세워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안전하게 사는 거죠?"하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인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옳다. 남성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