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2

고도를 기다리며 쏟아내는 장광설: Beckett『고도를 기다리며』

'고도Godot'는 죽음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생에서 죽음말고 무엇을 기다릴 수 있단 말인가. 이성복이 삶이란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던 것처럼 고도기다리기 역시 '집으로 가는 길'이다. '집'에 도달하면 그들은 살게(즉, 죽게) 된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고도를 기다리며』오증자 옮김, 민음사, 2000, 158쪽.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죽기를 바라고 목을 매달아도 그들은 죽을 수 없다. 에스트라공 그렇다면 당장에 목을 매자. 블라디미르 나뭇가지에? (둘은 나무 앞으로 다가가서 쳐다본다) 이 나무는 믿을 수가 없는걸. (24쪽) 그곳은 '죽지 못하는 곳'이다. 에스트라공이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

대사의 리듬: 임영웅《고도를 기다리며》

극단 산울림의 《고도…》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소리도 들은 바 있고 해서 기대를 상당히 했는데, 그 기대가 전혀 깨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흠도 없이 진행된 연극은, 거의 세 시간이나 되는 긴 연극이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예상과는 무척 다른 연극이긴 했다. 그건 나의 고정관념 때문에 텍스트를 잘못 읽어서 생긴 문제였다. '실험극', '부조리극' 따위의 말 때문에 나는 이 연극이 으례 지루하고, 시종 비장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베케트의 '고도…'는 비장한 극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희극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라고 이 연극을 보고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형식이다. 비극적인 희극 혹은 희극적인 비극. 연극은 거의 완전히 원작을..

극장전 2003.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