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집이 가져야만 하는 덕은 사색과 운율과 새로움이다. 그 중에서 시를 시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운율이다. 운율韻律은 그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韻과 율律이다. 운韻을 쓰지 않는 우리시에서는 율律로만 보더라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김용택의 『그 여자네 집』은 좋은 시집이 가져야만 하는 사색과 운율과 새로움을 모두 방기放棄하고 있는 시집이다. 그 중에서도 운율을 깡그리 망각하고 있다. 그의 시가 이른바 산문시poème en prose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산문시도 훌륭한 운율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여자네 집』의 산문시는 그런 운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나는 방금, "『그 여자네 집』의 산문시"라고 말했다. '김용택의 산문시'가 아닌 이유는 그가 이미 훌륭한 산문시를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