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영화는 '리얼'하다; 이창동의 영화가 현실의 비루함을 드러내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간직한 것과는 달리 홍상수의 영화는 습기 가득찬 현실을 그대로 비춰줄 뿐이다. 그러므로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영화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가진 한 중요한 장점이다. 우리는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그의 영화를 보면서, 현재 습도를 정확하게 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짧은 글에서 우리는 최근작인 《밤과 낮》의 한 주제thème를 이루는 죄의식에 대해 살펴보자. 여기 '인류의 기원L'origine du monde'이라는 그림이 있다. 19세기 사실주의 화가 귀스따브 꾸르베Gustave Courbet는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의 하체를 그리고 '인류의 기원'이라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