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 3

국민국가와 출산의 의무

우에노 찌즈꼬는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젠더 중립성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은 국민국가가 국민 혹은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고, 그 요구는 '국방의 의무'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병역의 의무를 지우는 경우는 없다. 흔히 양성공동병역의무제의 사례로 이야기되는 이스라엘에서조차 여성의 복무기간이 남성의 복무기간에 비해 훨씬 짧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군으로 위문오는 선교단체들은 항상 젊은 여자를 앞세워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안전하게 사는 거죠?"하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 "남성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인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옳다. 남성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발표회 - 유석호 선생님

라틴 문학이 유럽 각 민족문학으로 분산되면서 그 문학의 수준이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이후 그 각 민족 문학의 발전과정에서, 보다 자세히는 프랑스 문학의 발전과정에서, 소설의 형성기에 그 발전에 영향을 끼친 작가가 누구일까 생각하다보니 거기에 라블레Rabelais가 있었다. 마르뜨 로베르는 그의 『기원의 소설, 소설의 기원』에서 『돈끼호떼』와 『로빈슨 크루소』를 소설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가 들어간 것은 근대의 예술로서의 소설이 부르주아의 예술이라고 볼 때 이 작품이 시민계급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이지만, 『돈끼호떼』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 『돈끼호떼』는 단순한 스토리텔링만이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의 질문이 그 안에 들어있는, '글쓰기의 모험'을 하고 있..

상황Situations 200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