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4

아이가 아이였을 때: Wim Wenders《베를린 천사의 시》

Als das Kind Kind war... 아이가 아이였을 때… 《베를린 천사의 시》의 원제는 '베를린의 하늘Der Himmel über Berlin'이다. 영어 제목은 '욕망의 날개Wings of desire'다. 아무데나 詩를 갖다붙이는 행태는 비난받을 것이지만, 이 영화의 번역과 이 당시의 영화제목의 번역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내용과도 잘 부합하고 있다. 적어도 《식스 센스》, 《나씽 투 루즈》, 《어댑테이션》따위보다는 훨씬 낫다. 역사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천사는, 영화에서 색맹이다. 그들은 지하철, 도서관, 누군가의 집, 길거리…… 어디에나 있지만 사실은 아무 데도 없다. 가령 그들에겐 모든 역사가 TV이다, 환상이다. 감정도 얼마간 가질 수 있고 사람들의 생각도 마음대로 읽어내지..

극장전 2003.06.17

더 아름다운 천국: Hesse『페터 카멘친트』

『페터 카멘친트』는 헤세의 데뷔작이다. 나는 그래서 이 작품이 정돈되기 보다는 거칠은 어떤 것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그런 것을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작품은 깨끗했다. 데뷔작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헤세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가령 자연 친화, 기독교적 신의 거부, 민중적 삶에 대한 애착 등이 여기서 페터 카멘친트라는 인물을 통해 제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마 이것들은 이미 그의 유년기에 형성된 것이기가 쉽다. 인도 선교사였던 그의 아버지와 동양학자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카멘친트는 '촌뜨기'다. 그는 도회지에서 사교생활을 해보지만 결국 그는 촌뜨기로서 시골로 돌아간다. 줄거리만 가지고는 『수레바퀴 아..

『살아남은 자의 슬픔』- Brecht (나의 어머니)

김광규 시인이 옮긴『살아남은 자의 슬픔』(한마당)을 읽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여러 시편들보다 오히려 내 마음을 끄는 것은 다른 것들이었다. 「울름의 재단사」는 몇 달 전에 읽고서 멋지다고 생각해오던 것이지만, 오늘은 새로운 좋은 시를 발견(!)했다. 시가 좋다는 것은, 함축성이 뛰어나 여러 가지로 읽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라, 그 수많은 읽힘이 모두 타당하도록 진실성이 있다는 뜻이다. 나의 어머니Meiner Mutter (1920)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여기서 '가볍다'는 것은 물리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

타오르는책/詩 200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