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시운동' 동인의 한 명이었던 안재찬이 어느 날 갑자기 류시화가 되었다. 상상력에 주목한 '시인동' 동인에서 명상가로 옮겨간 그를 보면 상상력이 명상과 얼마나 가까운지, 그리고 시가 명상으로 떨어지기가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다. 나는 명상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명상이란 본시 말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말을 붙잡아야 하는 시로서는 후퇴라고 말하는 것이다. 김현 선생은 안재찬이라는 시인을 주목하여 "그의 시세계를 받침하고 있는 것은 '나에게는 할 말이 없다'라는 쓰디쓴 자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담백하고 좋은 시 '소금인형'은 긴 말 하지 않는다. 워낙 담백한 시고, 그래서 독자는 일순 당황하지만 그 다음 자기-없음의 이 상태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안치환의 소금인형은 일반적인 노래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