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문체를 통해 독자를 유혹하듯이, 영화는 영상을 통해 독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문학은 문체만으로 떨어질 수 없고, 영화 역시 영상만으로 떨어질 수 없다. 화려한 수사나 미사여구가 문학 텍스트가 가진 메시지의 해석decoding을 방해--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할 수 있듯이 하드코어 혹은 하드고어한 영상도 마찬가지다.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고야의 유령들Goya's Ghosts》은 그런 점에서 오해할 소지가 많은 영화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시대극도 아니요, 종교 재판을 비난하려는 영화도 아니요, 야만의 시대를 고발하려는 영화도 아니다. 《고야의 유령들》은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는 한 편의 예술가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을 취하면서도, 영화에서 주인공이자 관찰자인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