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란 본래 패배자들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러므로 외부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좌절된 자신의 욕망을 글을 통해서 배설하는 것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 속에서 항상 욕망의 몸짓을 찾을 수 있다. 작가 이청준은 일종의 시원적 글쓰기로 일기와 편지를 상정하고 있다. 그는 「지배와 해방」이라는 단편에서 이정훈이라는 소설가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이청준 2000, 111-112): 이 일기 쓰기와 편지 쓰기의 행위에는 우리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문제의 해답―다시 말해 작가가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요한 해답의 단서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짐작을 하신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마는 일기를 적거나 편지를 쓰거나 그런 것에 자주 매달리는 사람들은 대개가 바깥 세계에서 자기 욕망의 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