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를 묘사하며 "신발보다도 자주 나라를 바꾸"었던 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이 구절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쉽게 닳아 바꾸어야 하는 신발의 속성 때문이다. 그리고 신발이 그런 속성을 지닌 것은, 신발이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 곧 범인凡人의 것이기 때문이다. 신발을 얻기 위해 달리는 소년의 모습이나,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떨어진 신발 밑창을 감추는 실업자의 모습이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경제 생활에 종사해야 한다면, 다시 말해 '먹고 살아야' 한다면, 신발은 필수적인 것이다. 모세가 만난 신神은 그래서 모세에게 "이곳은 거룩한 곳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신神은 신발이 상징하는 '천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