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淸算'은 '맑게 계산하다'라는 뜻이다. 본래 금전 거래에 쓰일 이 낱말이 '과거사 청산'처럼 의미가 확장된 것은 역사적·정치적 문맥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꼭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에 방불하다는 데서 착안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금전 거래와 달리 과거사는 '청산'될 수 없는 것이다. 역사가 가진 명백함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은 이런 난관을 도외시하고 있다. 50년 이상이 지난 뒤에 행해지는 20세기 초에 대한 실사가 거둘 성과도 의문이거니와, 설령 명백한 친일행위가 드러났다 한들 그것이 우리와 후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될 염려도 무척 큰 이 일을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