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이 책을 묵혀두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객관성이었다. 동물학자의 인간론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이다. '털없는 원숭이'라는 제목은 내게 그런 기대를 품게 했다.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처음 머리말을 읽을 때부터 심상치않았다. 초기의 인류학자들은 우리의 본성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진리를 해명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엉뚱한 곳만 찾아다녔다. 그들이 부지런히 달려간 곳들은, 이를테면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성과가 나빠서 거의 소멸해 버린 문화적 오지들이었다. [……] 그러나 그것은 전형적인 털없는 원숭이의 전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이것은 주요 문명권에 속해 있는 정상적이고 성공적인 개체들―즉, 절대 다수를 대표하는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