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 시인이 옮긴『살아남은 자의 슬픔』(한마당)을 읽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여러 시편들보다 오히려 내 마음을 끄는 것은 다른 것들이었다. 「울름의 재단사」는 몇 달 전에 읽고서 멋지다고 생각해오던 것이지만, 오늘은 새로운 좋은 시를 발견(!)했다. 시가 좋다는 것은, 함축성이 뛰어나 여러 가지로 읽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라, 그 수많은 읽힘이 모두 타당하도록 진실성이 있다는 뜻이다. 나의 어머니Meiner Mutter (1920)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여기서 '가볍다'는 것은 물리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