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11 3

구체具體 위에 핀 죄의 꽃: 도스또예프스끼『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성서는 크게 보아 '구원의 역사'이다. 아담의 첫 범죄sin 이후 모세가 시내 산에서 십계명을 받는 때를 거쳐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 '구원'이 올 때까지의. '구원'이 있기까지는 '죄'가 있어야 하므로 성서는 또한 '죄'의 역사이다. 그러나 '죄'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누구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누구든 "신(神)이 부과한 명령을 어기는 것"이 죄라고 주장하려는 이는 '왜 카인이 십계명이 생기기도 전에 스스로를 괴롭게 해야 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그 '죄의 역사'를 소설적으로 재구성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죄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하고 있다. 대개 사람들에게는 죄가 선험성Apriotät을 지니고 나타난다면, 도스또예프스끼의 소..

중립성의 신화와 페미니즘의 목적: 『내셔널리즘과 젠더』

근대 이후의 사회도 근대 이전의 사회만큼이나 소수자가 억압된 사회이다. 여기서 근대가 시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그 시기가 스스로를 '이성理性의 시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는 이성에 윗점을 찍으면서 그것이 중심이 되면 '인권'과 같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는다. 꽁뜨 이후의 이성중심주의 혹은 과학주의는 '사실fait'을 중요시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실증성'을 강조하게 된다. 그것은 역사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실증주의자들은 "역사가들이 도달한 결론은 자연과학자들이 도달한 결론과 마찬가지의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고 믿고 있"어 일종의 '과학적 역사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차하순, 62). 물론 학자가 사료를 접했을 때에는 '사료검증'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상식에 속하는..

베스트셀러와 오역: 리동혁『삼국지가 울고 있네』

이문열 평역 삼국지의 잘못옮긴 부분을 지적하고, 삼국지와 관련된 속설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 자체의 목적이 앞의것에 있었고 서문이나 책겉의 광고글도 모조리 앞엣것에 대한 것이지만, 뒤엣것도 사실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특히 『유세명언喩世明言』이라는 소설집에 실렸다는, 사마모가 한나라 건국시의 영웅들을 삼국시대에 등장시켰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있는 이야기거리다. 이를테면, 한 고조를 도와 한나라의 건국공신이 되었던 한신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니 후한 말에 조조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한 고조 유방은 헌제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고 사마모가 염라대왕을 대신하여 판결한다는 식이다. 책의 앞부분은 역시 이문열 삼국지의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데 많은 힘을 쏟는다. 이문열이 터무니없게 옮긴 부분은 생각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