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 3

체계적인 독서방법 가르쳐야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방학이나 휴가철을 맞은 사람들이 꼭 책읽기 다짐을 둔다. 오래 벼르던 대하소설 읽기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전을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보려는 사람도 있고, 역사책이나 교양과학 책을 읽으며 견문을 넓히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어떤 대학생들은 긴 방학을 이용해서 사상서 원전 읽기를 통해 스스로의 지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해서 이제 행복한 책읽기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다짐과 시도 속에서는 책읽기의 즐거움보다 책읽기의 괴로움, 부담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위인의 말씀을 우리는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귀에 새길듯이 들어왔다. 그 금언의 무게는 아무래..

유쾌한 여담: 정민『한시 미학 산책』

정민 선생님의 『한시 미학 산책』을 읽었다. (『정민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시 이야기』를 지하철에서 하도 많이 발견한 탓에 '정민 선생님'이 굳어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대개 '선생' 정도로만 이를텐데. 하지만, 훌륭한 책을 쓴 사람은 '선생'보다는 '선생님'이 옳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은 중국에서는 존경의 뜻으로 '子'를 붙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선생님'을 붙인다고 하셨다.) 한자와 한문문법에 익숙지 않아 보다 깊은 독서를 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나에게도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한자 공부를 겸해 한시 한 편을 보면 좋겠다. 잊지 않으면 말이다. 여담이지만, 『한시 미학 산책』에 모란과 고양이에 얽힌 설명이 나온다. 이야기의 시작은 당 태종이 선덕여왕..

타오르는책/詩 2004.08.04

비논리적 설득: M. Moore 《화씨 9/11》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의 «화씨 911»은 다 알다시피 깐느에서 처음으로 황금종려상la palme d'or을 받은 첫 기록documentaire 영화다. 드림웍스의 야심작 «슈렉»조차 빈 손으로 돌려보낸 '오만한' 깐느가 선택한 기록 영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 속에 엄청나게 극적인dramatique 폭로가 있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기하지 못하도록 만들 정도일까. 혹은 이라크 침공의 도덕적·절차적 문제를 조목조목 파고들어 부시 대통령이 직접 그 영화를 보더라도 승복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을까. 아니다. 이 영화에 가득찬 것은 반어와 풍자다. 여러 번 기사화된 무어 감독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는 그의 비판방식 그대로를 이 영화에 담은 것이다. 그리고, 그 비판방식은 사실 길고 긴 ..

극장전 200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