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 2

정조 콤플렉스: 박정희와 노무현

1. 조선의 임금들 "정조의 시대"라고 한다. 정조와 관련된 책이 쏟아져 나오고, TV 드라마도 정조 열풍이다. 조선조의 임금 가운데 현대인들의 지지와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인물은 많지 않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영조의 뒤를 이어 개혁을 펼친 정조, 둘 뿐인 것 같다. 경국대전을 만든 성종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사대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광해군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세조에 대한 심정적 거부와 이성적 칭찬은 이광수의 『단종애사』와 김동인의 『대수양』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훈민정음 창제가 가장 빛나는 성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말하자면, 사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처음 듣는 서양의 언어학자들과 작가들의 이름을 대면서 "그들이 칭찬했다"고 입..

소설가의 죽음: '간지나는 이야기' 자판기

1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읽을까? 또 왜 이야기를 쓸까? 내게 항상 관심을 끄는 말은 이런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책 몇 권은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술에 취해 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의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쨌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참 많다. 블로그나 까페가 붐비고, 인터넷 댓글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술에 취한 것처럼 다들 자기 이야기를 내뱉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는 욕을 '씨부리'는 것이다. 이청준은 일찍이 언어사회학서설이라는 연작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한 편은 「자서전들 쓰십시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코미디언 피문오 씨의 자서전 대필 작가 윤지욱이 자서전 쓰기를 그만두는 이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