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3

노동으로의 삼투, 문학으로의 귀환: 송경동의 산문

“시에서 돈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고 최영미 시인은 말했지만, 송경동의 시에서는 무슨 냄새가 날까. 광주천을 붉다고 쓴 시 때문에 얻어맞아 얼얼한 볼을 한 채로 맡은 봄 향기일까, 눅눅한 잡부 숙소의 때 절은 이부자리에서 나는 피 섞인 정액 냄새일까, 아니면 가끔 비정규직 일터인 지하로 내려오던 어느 아름다운 정규직 여 직원에게서 끼쳐오던 향수 냄새일까, 그도 아니면 아들과 놀이터 삼아 가던 사우나의 수증기 냄새일까. 『꿈꾸는 자 잡혀간다』는 운문의 제약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쓰인 그의 줄글을 모은 책이다. 시집 속에서 그는 어쩔 수 없는 시인이었지만, 이 산문 속에서 그는 시인이기도 하고 시인이 아니기도 하다. 시인이 아닐 때 그는 노동자이자 투사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아들이기도 하다..

타오르는책 2011.12.20 (4)

소설가의 죽음: '간지나는 이야기' 자판기

1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읽을까? 또 왜 이야기를 쓸까? 내게 항상 관심을 끄는 말은 이런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책 몇 권은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술에 취해 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의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쨌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참 많다. 블로그나 까페가 붐비고, 인터넷 댓글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술에 취한 것처럼 다들 자기 이야기를 내뱉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는 욕을 '씨부리'는 것이다. 이청준은 일찍이 언어사회학서설이라는 연작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한 편은 「자서전들 쓰십시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코미디언 피문오 씨의 자서전 대필 작가 윤지욱이 자서전 쓰기를 그만두는 이야기를 ..

비평의 뿌리되는 문제로서의 장르의 이론: Frye『비평의 해부』

프랑스말 '쟝르genre'는 본래 다만 '종류'를 뜻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J'aime ce genre de fille."라고 하면 "나는 이런 유의 여자를 좋아합니다."라는 뜻이다. 프랑스말 '쟝르'가 현재의 "문예 작품의 형태상의 분류"라는 뜻을 가진 국제어, 장르로 더 많이 인식되면서 말의 쓰임은 상당한 정도로 변한 셈이다. 그러나 프라이의 지적대로라면 "장르의 비평이론에 손을 댈 때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기고 간 그 이론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음을 발견한다."(64쪽) 우리가 이 지금 '장르의 이론'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세미나 꺼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르의 이론이 프라이의 비평이론의 씨눈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의 문장에서 홀로 이름씨固有名詞를 지우고 그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