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2

권태와 시적 동력: 보들레르와 이성복의 초기시를 중심으로

시인이란 본래 패배자들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러므로 외부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좌절된 자신의 욕망을 글을 통해서 배설하는 것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글 속에서 항상 욕망의 몸짓을 찾을 수 있다. 작가 이청준은 일종의 시원적 글쓰기로 일기와 편지를 상정하고 있다. 그는 「지배와 해방」이라는 단편에서 이정훈이라는 소설가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이청준 2000, 111-112): 이 일기 쓰기와 편지 쓰기의 행위에는 우리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문제의 해답―다시 말해 작가가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요한 해답의 단서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짐작을 하신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마는 일기를 적거나 편지를 쓰거나 그런 것에 자주 매달리는 사람들은 대개가 바깥 세계에서 자기 욕망의 실현..

타오르는책/詩 2005.01.03

근대시와 그 고향: 보들레르와 이성복

―보들레르에 관한 몇 가지 모티프와 그 이성복 초기시를 향한 영향관계 소고小考 1921년 안서의 번역시집 『오뇌懊惱의 무도舞蹈』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고, 1941년 미당의 『화사집花史集』에 실린 「수대동시水帶洞詩」에서 "샤알·보오드레―르처럼 설ㅅ고 괴로운 서울女子를 / 아조 아조 인제는 잊어버려"라고 노래된 보들레르는 프랑스 상징주의의 시조始祖로서 여러 가지 층위로 한국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시적 영향이라는 것은 마치 복류伏流하는 물과도 같아서 시집으로 묶여 출간된 '땅위'의 결실만으로는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결실을 비교함으로써 그 사이의 근친관계parenté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중에서도 이성복의 경우는 보들레르와의 관계가 표면적으로 상당부분 드러난 경우에 속한..

타오르는책/詩 200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