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는 과장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는 말을 직접 쓸 수 있을 정도의 큰 재난이었다. 시신은 뭉개져 몇 구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탔다. 뼈속까지 탄 시신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도 신원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족들의 반응도 슬픔이라는 말보다는 오열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내가 아는 친인척들, 친구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글을 써야 한다고, 꼭 써야한다고 느꼈다. 방화범을 어떻게 죽이면 딱 좋을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랬다. 방화범은 나쁜 사람이라는 1차원적인 발상만이 떠돌고 있다. 신문을 보니 방화범이 신병(뇌졸중)을 앓기 전까지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