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어릿광대의견해

블로거가 된 작가: 인터넷 소설과 블로그

엔디 2007. 8. 10. 16:13
이메일도 쓰지않던 박범신, 인터넷 소설 쓴다 : 문화일반 : 문화 : 뉴스 : 한겨레

블로그 회사마다 파워블로거, 킬러콘텐츠를 '영입'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블로거라는 사람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고, 콘텐츠는 쉽게 말해 블로그에서 하는 '말'이다. 이미 파워블로거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옮겨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의 백업이라든지 하는 문제에서부터 블로깅 툴의 익숙도 문제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걸려 있다.) 그러니까 블로그 회사 입장에서는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박범신의 소설을 연재한다고 한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스스로의 시나 소설을 블로그에 올리는 경우는 많지만, 등단 소설가가 블로그를 통해서(만) 자신의 소설을 연재하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겨레'는 "이메일도 쓰지 않던 박범신, 인터넷 소설 쓴다"라고 헤드라인을 뽑고 촐라체라는 소설을 연재할 박범신의 블로그를 링크해 놓았다.

한국의 파워블로거 중에서는 IT 관련 블로거들과 재테크나 건강·의학 등 정보성 포스팅을 주로 하는 블로거들이 많은 편인 것 같다. 블로그에 양질의 검증받은 문학 관련 콘텐츠가 적었던 것은, 아마도 기존 문단이 계간지나 월간지 등 문예지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있는 보수성 또는 폐쇄성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문예지와 사회과학지를 겸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창작과 비평은 직접 창비주간논평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서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소설가 박범신의 시도는 한국 문단에 작으나마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짐작컨대 네이버 쪽에서 박범신 쪽에 접촉을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이글루스나 다음, 티스토리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문단 입장에서 볼 때에도 이와 같은 시도는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잃을 것이 적은데, 매체가 바뀌면서 얼마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대중성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압박에 대처하기 위해 대중 소설로 하향 평준화될 텍스트의 수준 저하를 감수하기보다는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길을 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범신 스스로 "저는 인터넷에도 정통적이랄까 모범적인 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 쪽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콘텐츠와 관련된 멀티미디어 정보 제공을 자신들의 몫으로 밝히고 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작가의 팬들에게 반가운 소리가 될 것이고, 멀티미디어 정보는 문학적 입장에서는 텍스트의 상상력 제한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영상의 시대'인 지금 독자를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신문 연재나 계간지 연재에 비추어 블로그 연재가 가진 위험성은, 역시 편집자의 역량 문제라고 하겠다. (이메일도 쓰지 않는다는 박범신이 직접 블로그에 글을 쓸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아마 원고지를 네이버 쪽에 전달해서 네이버에서 웹 조판(?)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네이버를 비롯한 블로그 회사에서는 문학 텍스트의 편집을 경험한 편집자가 적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록 해외에 비추어 국내의 문학 편집자들이 텍스트에 간여하는 바가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편집자의 매만짐이 없이 그대로 텍스트가 노출되었을 때 작은 문제들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인터넷과 블로그에 보다 친숙한 다른 작가들이 편집자 없이 직접 블로그에 글을 쓸 때에도 드러날 수 있는 문제이다. 얼마나 두드러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연재 과정에서 확인해보자.

덧붙이자면, 등단한 시인·소설가들이 블로그에 직접 글을 쓰게 되더라도 현재의 문예지들이 크게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려서 그것이 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문예지를 통해 검증을 받는 것이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