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Metro의 한국판이 등장하자마자 비온 뒤 대나무순처럼 지하철 공짜신문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포커스Focus와
문화일보에서 만든 에이엠세븐AM7, 그리고 일간스포츠에서 만든 굿모닝까지 현재 총 4종류의 공짜신문이 있다. 여기에 스포츠조선
쪽에서도 공짜신문 창간을 준비중이라 하니 지하철 신문에 대한 경쟁은 더 커질 전망이다.
메트로와 포커스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문화일보 쪽이나 스포츠신문들은 왜 스스로의 시장을 위축시킬지도 모르는 공짜신문 경쟁을 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제 살 깎아먹기"는 공짜 신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3대 일간지 중 하나라는 중앙일보는 얼마전 신문구독료를 대폭 인하했다. 다른 신문들이 '덤핑' 판매라며 비난하는 가운데서도 중앙일보 측은 "덤핑은 (신문 제작의) 재료값 이하로 구독료를 책정하는 것인데, 현재 중앙일보 한 부당 제작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신문 용지대와 잉크값 등 순수 재료비는 5500원인데 이를 어떻게 덤핑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도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구독료를 인하해주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구독료 인하를 단행했을 때 영국 상원은 공정위를 통해 경고 조처를 내렸다. (한겨레) 중앙일보는 이와 같은 사례를 모를 리가 없는데도 여전히 '자유로운 가격제'를 주장했다. 왜였을까. 어쩌면 요미우리신문의 사례를 기대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용중 고려대 석좌교수에 따르면, 요미우리 신문의 구독자 불리기는 "무가지 투입과 구독료 할인"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요미우리는 오오사까에 진출하면서 먼저 150만 세대에 1주일간 무료로 투입하고, 이후 구독희망자에게는 협정가(280엔)의 반도 안 되는 130엔을 받았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에 제소되고 벌금을 물었지만 부수는 늘어났고, 이런 방법은 훗까이도北海島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로 쓰였다.(관훈클럽)
그러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다 해도 '덤핑'에 가까운, 혹은 실질 적으로는 이미 '덤핑'인 가격으로 신문을 판다면, 발행부수만큼이 그대로 손실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가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구독료라는 것의 무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의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신문의 판매수입이 27%밖에 안 되는 반면 광고수입은 73%에 달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표 참조(미디어 오늘)] 1992년부터 판매수입이 광고수입을 앞지른 일본(미디어 오늘) 이나 1990년대 이전부터 광고수입이 30%대였던 프랑스 르 몽드 등과는 극히 대조적이다.(최연구『르 몽드』69쪽) 바로 그것이 지하철 무료 신문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 소동과 지하철 공짜신문의 난무는 그 본질이 같다.
공동배달을 실시중인 언론사들이 특히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낮춘 것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우리는 그들의 비난의 근거 가운데 중요한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은 신문협회 회장이기도 한데, 그는 늘 '신문가격이 너무 싸다', '무가지 비율이 너무 높다' '신문 발행면수가 많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실제로 우리나라의 신문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르 피가로가 2유료, 르 몽드가 1.8유로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포스트 등이 50센트를 받고 있지만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은 1달러 선은 된다. (물론, 그러다보니 미국은 광고 의존율이 우리보다 높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라면 언론의 독립성은 신화나 꿈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언론의 독립은 세무조사 거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언론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해있다. 이를테면, 그것이 전부를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부의 언론 탄압' 운운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언론이 자유롭다는 증거다. 반면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속된 입장을 보인다.
일간지들이 발행부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는 발행부수가 신문광고의 광고비 책정에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ABC협회에 가입된 종합지 혹은 중앙지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뿐인 것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런 발행부수 늘리기는 공짜신문도 역시 자행하고 있는 일이다. 포커스는 지난해 도합 20만부 가량 발행부수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 공정위의 재제를 받은 사실이 있다. (문화일보)
공짜신문은 오로지 광고만이 수입원이기 때문에 지면에서의 광고의 비율과 그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구가톨릭대 최경진 교수가 2003년 12월 8일, 9일, 11일의 3일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신문의 광고지면이 평균 50%에 가깝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 신문이 자신들의 광고주에게 불리한 기사를 실을 수 있겠는지를 우리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광고의 비율이 높은 것은 종합일간지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2002년 조선·중앙·동아의 전체 지면 중 광고의 비율은 45.5%였다. (한겨레)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들 신문의 독립성을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짚고 넘어갈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신문로에서 대기업 홍보담당 직원들이 매일 저녁 무엇을 하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청와대에서는 가판街版 구독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기업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가판의 기사가 돌연히 탈바꿈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왜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는가. 그들이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한 기업의 '자회사子會社' 수준으로까지 전락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2003년 6월 20일 사설에서 "당초 KBS-2TV는 중앙일보 소유의 동양방송이었으나 강제로 통폐합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그러나 동양방송은 중앙일보가 아니라 삼성의 소유였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삼성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 아닌지의 의혹이 제기되었었다. (프레시안)
이러한 정황들 속에서 우리는 지하철 공짜신문이든 중앙 3대 일간지든 간에, 언론이 정치권력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 있으나 경제권력에게는 여전히 묶여 있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적자운영 때문이다. 아직까지 그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을 1996년 자료에 의하면,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그렇다면 광고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경제권력에의 복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 소동과 지하철 공짜신문이 많이 등장한 것은 이러한 복속이 더욱 심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언론言論'이 언로言路가 되지 못한다면, 말씀言과 논리論는 어디에 있는가.
메트로와 포커스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문화일보 쪽이나 스포츠신문들은 왜 스스로의 시장을 위축시킬지도 모르는 공짜신문 경쟁을 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제 살 깎아먹기"는 공짜 신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3대 일간지 중 하나라는 중앙일보는 얼마전 신문구독료를 대폭 인하했다. 다른 신문들이 '덤핑' 판매라며 비난하는 가운데서도 중앙일보 측은 "덤핑은 (신문 제작의) 재료값 이하로 구독료를 책정하는 것인데, 현재 중앙일보 한 부당 제작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신문 용지대와 잉크값 등 순수 재료비는 5500원인데 이를 어떻게 덤핑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도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구독료를 인하해주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구독료 인하를 단행했을 때 영국 상원은 공정위를 통해 경고 조처를 내렸다. (한겨레) 중앙일보는 이와 같은 사례를 모를 리가 없는데도 여전히 '자유로운 가격제'를 주장했다. 왜였을까. 어쩌면 요미우리신문의 사례를 기대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용중 고려대 석좌교수에 따르면, 요미우리 신문의 구독자 불리기는 "무가지 투입과 구독료 할인"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요미우리는 오오사까에 진출하면서 먼저 150만 세대에 1주일간 무료로 투입하고, 이후 구독희망자에게는 협정가(280엔)의 반도 안 되는 130엔을 받았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에 제소되고 벌금을 물었지만 부수는 늘어났고, 이런 방법은 훗까이도北海島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로 쓰였다.(관훈클럽)
그러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다 해도 '덤핑'에 가까운, 혹은 실질 적으로는 이미 '덤핑'인 가격으로 신문을 판다면, 발행부수만큼이 그대로 손실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가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구독료라는 것의 무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의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신문의 판매수입이 27%밖에 안 되는 반면 광고수입은 73%에 달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표 참조(미디어 오늘)] 1992년부터 판매수입이 광고수입을 앞지른 일본(미디어 오늘) 이나 1990년대 이전부터 광고수입이 30%대였던 프랑스 르 몽드 등과는 극히 대조적이다.(최연구『르 몽드』69쪽) 바로 그것이 지하철 무료 신문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 소동과 지하철 공짜신문의 난무는 그 본질이 같다.
공동배달을 실시중인 언론사들이 특히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낮춘 것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우리는 그들의 비난의 근거 가운데 중요한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은 신문협회 회장이기도 한데, 그는 늘 '신문가격이 너무 싸다', '무가지 비율이 너무 높다' '신문 발행면수가 많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실제로 우리나라의 신문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르 피가로가 2유료, 르 몽드가 1.8유로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포스트 등이 50센트를 받고 있지만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은 1달러 선은 된다. (물론, 그러다보니 미국은 광고 의존율이 우리보다 높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라면 언론의 독립성은 신화나 꿈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언론의 독립은 세무조사 거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언론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해있다. 이를테면, 그것이 전부를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부의 언론 탄압' 운운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언론이 자유롭다는 증거다. 반면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속된 입장을 보인다.
일간지들이 발행부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는 발행부수가 신문광고의 광고비 책정에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ABC협회에 가입된 종합지 혹은 중앙지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뿐인 것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런 발행부수 늘리기는 공짜신문도 역시 자행하고 있는 일이다. 포커스는 지난해 도합 20만부 가량 발행부수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 공정위의 재제를 받은 사실이 있다. (문화일보)
공짜신문은 오로지 광고만이 수입원이기 때문에 지면에서의 광고의 비율과 그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구가톨릭대 최경진 교수가 2003년 12월 8일, 9일, 11일의 3일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신문의 광고지면이 평균 50%에 가깝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 신문이 자신들의 광고주에게 불리한 기사를 실을 수 있겠는지를 우리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광고의 비율이 높은 것은 종합일간지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2002년 조선·중앙·동아의 전체 지면 중 광고의 비율은 45.5%였다. (한겨레)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들 신문의 독립성을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짚고 넘어갈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신문로에서 대기업 홍보담당 직원들이 매일 저녁 무엇을 하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청와대에서는 가판街版 구독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기업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가판의 기사가 돌연히 탈바꿈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왜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는가. 그들이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한 기업의 '자회사子會社' 수준으로까지 전락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2003년 6월 20일 사설에서 "당초 KBS-2TV는 중앙일보 소유의 동양방송이었으나 강제로 통폐합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그러나 동양방송은 중앙일보가 아니라 삼성의 소유였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삼성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 아닌지의 의혹이 제기되었었다. (프레시안)
이러한 정황들 속에서 우리는 지하철 공짜신문이든 중앙 3대 일간지든 간에, 언론이 정치권력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 있으나 경제권력에게는 여전히 묶여 있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적자운영 때문이다. 아직까지 그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을 1996년 자료에 의하면,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그렇다면 광고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경제권력에의 복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 소동과 지하철 공짜신문이 많이 등장한 것은 이러한 복속이 더욱 심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언론言論'이 언로言路가 되지 못한다면, 말씀言과 논리論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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