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 『크루서블』

엔디 2001. 3. 8. 03:32

- 아서 밀러 지음, 성기웅과 '연인' 각색, 김재엽 연출, '연극과 인생' 공연 『크루서블Cruc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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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the Bible을 꿰뚫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구원'이다. 한데, 구원은 '죄sin'를 전제로 한다. 죄가 없는 한 구원은 있을 수 없다. 누가복음Luke 5장 32절은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노라"라고 말하고 있다. 토라Torah에 기록된 수많은 율법들은 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 최소한의 축약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십계명인데, 그 열 가지 계명 중에 가장 보편적으로 어겨지는 사항은 제 9계명일 것이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출애굽기Exodus20:16, 신명기Deuteronomy5:20

진실은 긍정적인 것이고 거짓은 부정적인 것이다. 또, 삶은 긍정적인 것이고 죽음은 부정적인 것이다. 문제는 진실과 삶이 공존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데에 있다. 진실이 죽음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기독교의 성경을 비롯한 많은 종교의 경전들은 진실과 삶을 그들의 저울로 달아 진실의 무게가 더 무거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그저 진실을 선택하고 삶을 버리면 될 것 같은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삶에의 욕망은 무엇보다도 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적인 구도는 갈등과 번민을 만든다.

어느 마을을 하나의 광기의 도가니crucible로 몰아넣은 한 사건이 있었다. 진실은 각 사람에게 다른 모습으로 찾아가 나타났다. 그리고 각 사람은 거기에 다르게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