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젖은 머리칼: Gronenborn《알래스카》OST

엔디 2007. 7. 7. 02:51
젖은 머리칼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고교 시절, 여자애들은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묶으면 하교할 때까지 머리가 마르지 않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적이 놀랐었는데. 그러고보면 나 스스로가 머리를 감고 나서 수건으로 대충 문지르고는 제대로 말리지 않고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는개 같은 가는 비는 그냥 맞는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래스카》는, 씨네큐브에서 韓과 《스파이더 릴리》를 봤을 때였거나 아니면 혼자 《스틸 라이프》를 봤을 때--혹은 둘 다일지도--예고편을 접했던 것 같다. 고교 시절 이후 설어버린 독일어가 나오는 영화라는 것과 함께, 주인공은 젖은--혹은 젖은 듯한--머리칼이 인상적이었다. 응, 나는 이마 앞으로 흩뜨려진 그런 머리칼을 좋아한다.

인생에는 긴 게임과 같은 면이 있어서, 그 게임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점을 찍지 않으면 삶의 경로가 이상하게 틀어져버리는 것이다. 미로가 단일폐곡선이라면 결국 돌아나와 출구로 나올 수 있겠지만, 게임에는 시간 제한이 있다. 그러므로 천로역정의 크리스찬처럼 돌아나와 다시 곧고 바른 길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숨고, 싶다.

♠ 이 포스팅은 씨네큐브 블로그 이벤트를 위해 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