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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해지는 걸 몇 번 보았나: 『어린 왕자』의 판본과 그림

『어린 왕자』의 여러 한국어판 번역본들과 불어판 또는 영어판을 비교해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아마도 쓸쓸했던 날의) 어린 왕자가 자기 행성 B612에서 본 해넘이의 수가 한국어판과 불어판 또는 영어판이 다른 것이다 한국어판은 대개 마흔세 번으로, 영어나 불어판은 마흔네 번으로 기록하고 있다: « Un jour, j'ai vu le soleil se coucher quarante-quatre fois! » - 갈리마르Gallimard 출판사 폴리오folio 문고판, 31쪽. (1999년 문고판 간행) "One day," you said to me, "I saw the sunset forty-four times!" - 하비스트북A Harvest Book하코트 브레이스Harcourt Bra..

타오르는책/소설 2007.09.23 (15)

국어 교과서 조심!

“국어교과서, 정권정당화 수단으로 이용돼” : 책 : 문화 : 뉴스 : 한겨레 지금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예전 같으면 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두 편이나 실려 있다. 하나는 1학기 교과서에 실려 있는 '우리 집 우렁이 각시'라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2학기 교과서에 실린 '엄마는 파업 중'이라는 글이다. '우리 집 우렁이 각시'는 평소 일상 속에서 권위적이었던 아버지가 실직한 이후 가족들 몰래 집안일을 한다는 내용이고, '엄마는 파업 중'은 집안 일이 엄마에게만 떠맡겨지자 엄마가 집 뒤뜰의 나무 위에 올라가 파업이라며 시위를 한다는 내용이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쉽게 깨기 어렵고,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성 역할에 대한 내용과 주부 파업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아마 김대중 정부(국..

'디 워'에 대한 진중권의 언급과 관련하여

진중권 “‘디 워’ 비평할 가치도 없어”…네티즌 ‘발끈’ : 영화·애니 : 문화 : 뉴스 : 한겨레 '디 워'에 대해 처음 쓴다. 나는 '디 워'를 보지 않았지만, 그 애국심 마케팅과 관련하여 내셔널리즘 문제와 파시즘 문제, 그리고 감독 스스로의 코멘트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관련 기사나 블로그 포스팅은 유심히 살펴보았다. '디 워'를 혹평하는 평론가들에게 옹호자들이 했던 말은,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즐겁게 보는 영화이니 그런 식의 비평은 하지 말라, 는 것이었다. 즉, 영화에는 즐기기 위한 영화와 예술로서의 영화가 있는데 '디 워'는 예술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영화이므로 '예술로서의 비평'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심 감독이 열심히 만들었고 한국 영화로서 이 만한 CG를..

어느어릿광대의견해 2007.08.10 (27)

블로거가 된 작가: 인터넷 소설과 블로그

이메일도 쓰지않던 박범신, 인터넷 소설 쓴다 : 문화일반 : 문화 : 뉴스 : 한겨레 블로그 회사마다 파워블로거, 킬러콘텐츠를 '영입'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블로거라는 사람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고, 콘텐츠는 쉽게 말해 블로그에서 하는 '말'이다. 이미 파워블로거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옮겨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의 백업이라든지 하는 문제에서부터 블로깅 툴의 익숙도 문제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걸려 있다.) 그러니까 블로그 회사 입장에서는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박범신의 소설을 연재한다고 한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스스로의 시나 소설을 블로그에 올리는 경우는 많지만, 등단 소설가가 블로그를 통해서(만) 자..

한국의 악플 문화와 새로운 형태의 구글 코멘트

구글 댓글, 국내 포털은 흉내낼 수 없는 그 무엇 1 한국 포털의 댓글은 이제 아는 사람 사이에선 유명하다. 박노자 교수는 "악플"의 문화라는 글을 통해서 유별난 한국의 악플 문화에 대한 진단을 내린 적이 있는데... 진단 내용은 또 그렇다 치고 가령 한국 문화를 공부하려는 외국 학생에게는 - 어느 정도 성숙된 학생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논문을 써야 할 일만 아니라면 - "네이버에서의 기사 댓글들을 읽어보라고" 교원의 양심을 걸고 권고할 수 있습니까? 저 같으면, 학생에게 "한국" 그 자체가 싫어질 것 같아서 절대 권고 못할 것입니다. 특히 "외국"이 개입되면 아예 입에 올리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하도 많이 나오기에 저만 해도 참아 못읽지요. 예컨대 한국 여성들과 가끔가다 추잡한 일을 벌이는 일부 영..

이성과 상상력: 박기현『프랑스 문화와 상상력』

데까르뜨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외쳤을 때, 그의 목소리에는 자못 흥분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이성을 가지고 세계의 한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했던 것이다. 헬라인처럼 로고스logos를 원했던(고전1:22) 데까르뜨는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거기서 보았던 것이다. 대학 시절, 박이문 선생님의 교양 철학 수업을 들을 때 참 의아했던 일이 있다. 이성의 신뢰자를 자청했던 그 수업의 이공계열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세계의 모든 데이타를 알게 되면 이후 세계의 진행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를테면, 그들은 목적론téléologie보다는 기계론méchanisme의 입장에 선 셈이었는데... 나를 의아하게 했던 것은 그들이 쓰는 서술어였다. ..

미국 국경선을 따라 쌓은 담이 생태를 위협하다

US border fences 'an eco-danger' 미국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선을 따라 담fences을 쌓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담은 700마일(1125킬로미터)에 이르고, 센서나 강한 빛 등의 첨단 감시 장치도 달려 있을 거라는 것이다. 멕시코 환경부는 이 행동이 국경지대의 생태를 파괴한다고 반발했다. 그 국경지대 중에는 소노라Sonora 사막과 같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막 생태계도 포함된다고 한다. 멕시코 정부는 이 건으로 국제 사법 재판소에의 재판 회부도 준비중이다. 전문가들과 미국·멕시코 양국의 생태 활동가들이 멕시코 정부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 담이 동물들을 보다 작은 그룹으로 묶게 되어 유전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재규어나 멕시코 흑곰, 영양의 일종..

상황Situations 2007.08.01

네팔 성노동자들의 HIV 공포

네팔 성노동자들의 HIV 공포 HIV fears over Nepal sex workers 네팔이나 방글라데시, 미얀마(버마)에서 인도로 건너가 성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기사에 보면 이들은 캘커타의 소나가치Sonagachi나 델리의 GB가GB Road, 그리고 뭄바이(봄베이)의 카마티푸라 등의 홍등가red light districts로 가서 생계를 위해 성노동을 하는 모양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생각해보고 싶지만... 이들 중에는 어린 소녀도 있다고 하는데, 14세 이하의 소녀들도 이 일을 하는 모양이다. 네팔에서 성노동을 위해 인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여성들을 검사해본 결과 40%가 HIV에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14세 이하 소녀들의 경우에..

상황Situations 2007.08.01

로스쿨과 사법 민주화

로스쿨이 바꿀 수 있는 사법의 세계 1. 손 무덤 로스쿨이 이토록 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그 동안 법조인들과 변호사들의 삶이 평탄했기 때문이다. 시민의 손발인 판검사가 편했다는 것은 시민들이 그간 겪은 고통이 크다는 뜻이고, 말을 팔아 돈 버는 서비스업종 변호사가 편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그들 앞에서 '손님'들이 '왕'인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 말은...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법은 아직 먼 존재라는 말이다. 가령 단병호 의원의 딸인 단정려 씨가 사법고시에 합격하고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고 싶다는 소망"은 아버지와 같다고 밝힌 것(한겨레)이 이례적인 것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노해 시인은 시 「손 무덤」의 일절을 통해 노동자가 느끼는 법과의 거리를..

뱀을 닮을 필요성: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과 단기선교

0. 선교의 중요성 주지하다시피 기독교에서의 선교란 무척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다. 마태복음 28장에서, 그리고 사도행전 1장에서 그리스도는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파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이를 지상至上 명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이후, 기독교의 역사는 선교의 역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개개의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보낸 선교사라고 보아야 옳다. 흔히 '임무'의 뜻으로도 쓰이는 mission은 본래 예수회Jésuite가 해외로 선교사를 파송할 때 사용했던 말로 '보내다'라는 뜻의 라띤어 'mittere'에서 나왔다고 한다. 선교사를 보내는 일, 선교사로 가는 일은 기독교의 임무mission인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영혼의 구원이 기독교의 존재 이유는 아니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