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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 유감遺憾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들…’ - 조선닷컴: 도우미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노래방 도우미'가 망쳐놓았다,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말은 가능한 한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동의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언어심미주의자가 망설일 분명한 이유가 있다: 도우미의 '출신성분'이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 도우미가 가장 처음 쓰인 것은 1993년, 대전 국제박람회EXPO 때다. 박람회 안내요원을 20대 여성들로 뽑아, 그들을 '도우미'로 이름했던 것이다.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올림픽만큼이나 중요하고 인기있는 행사라고 언론에서 난리를 치던 엑스포였기 때문에, 도우미라는 이름도 쉽게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당시의 광고나 팸플릿을 조금만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다면 '도우미'의 출..

육중한 지구별 여행자: 조영석『선명한 유령』

시집을 통독한 것이 얼마만일까. 시 한 편을 읽을 여유도 없는 삶이 무척이나 삭막하다. 여유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니까. 마음이 무겁다. 시를 읽는다는 것이 그렇게 누리는 호사는 아닐까. “의심하는 가운데 잠이 들었다.” 1. 밤/잠 조영석의 시집 『선명한 유령』에서는 줄기차게 ‘밤/잠’이 등장한다. 시란 본래 꿈이고, 꿈은 대개 밤에 자면서 꾸는 것이니까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 통속적인 구분도 괜찮다면, 서정 시인은 밤에 시의 행을 늘려가고, 소설가는 낮에 ‘집필실’에서 원고지의 장수를 늘려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정 시인은 ‘밤’이라는 낱말을 지배한다. 시인은 골방에 들어가거나, 잠깐 눈을 감는 동안에도 밤을 불러낼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시인은 ‘지금/여기’가 아니라 ‘언젠가/다른 ..

타오르는책/詩 2007.01.1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사건의 핵심

"'공산당이 싫어요' 기사는 가필한 것" 이승복이 공산당에게 죽으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했느냐 안 했느냐 하는 진위 여부가 지금까지도 논의 대상인가보다. 최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었고, 조선일보는 신이 나서 판결문을 실었다. 일부 언론은 또한 이승복 사건이 날조 내지는 가필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국가적으로 유명해진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제목으로 뽑으면 독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측도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이슈화시키는 데 한몫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는지 외치지 않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우리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날조된 것..

현실로 나타난 김연아 올인의 문제

‘피겨 요정’ 김연아 어쩌나 김연아 '올인'에 대해서 우려했던 사태가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황우석 사건과 비교하여 김연아 올인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링크), 그때만 해도 '그럴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자' 정도였지 정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 비근한 주식 투자만 해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금언인데도, 다른 부분에서는 흔히 무시된다. 김연아 선수에 대한 '올인'은 그런 '대박 기대 투자'와는 또다른 해묵은 문제 하나를 더 갖고 있으니: 이는 스타 만들기다. 전체주의가 강한 국가일수록 스타 만들기에 전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모쪼록 김 선수의 쾌유를 빈다.

사형제 폐지의 국제 표준

반기문 총장 유엔 첫 출근... 아픈 '신고식'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사형제와 관련한 발언으로 UN에서 곤욕을 치른 모양이다. 사실 한국인들의 과반수가 사형제 유지에 찬성하고 있고(조선일보 기사), 반기문 역시 한국에서 장관 등을 지낸 사람이므로 그의 인식에 무슨 큰 문제가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다시 되새겨봐야 할 것은, UN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사형 제도에 대해 갖는 입장과 한국인의 입장의 차이이다: UN은 지금껏 일관되게 사형제 폐지를 주장 내지 권고해 왔다. 다만 개별 국가에 이를 적용하라고 하면 내정 간섭이 되므로 이를 유보해 왔을 뿐이다. 이상한 것은 한국인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사형제를 폐지하면 무슨 흉악범들이 활개를 칠 것으로 생각..

국제 노동조합의 출범?

英-獨-美 잇는 '국제 단일노조' 탄생할까? '신자유주의'라는 이름 하에 자본은 얼마든지 국경을 넘어다닐 수 있다. 2006년 '해외 펀드'가 뜰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가진 자본이 브릭스BRICs나 베트남 등지로 이동하여 투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는 자본'만'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가령, 브릭스 국가나 베트남의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한국으로 이동하여 일자리를 얻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혹은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다. 국제 노동조합이 이와 같은 이주노동자들을 충분히 보호해주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노동자의 연대solidarité를 통해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국제 노동조합은 영-미-독 등 ..

러시아미술은 ‘혁명문학’이다

러시아미술은 ‘혁명문학’이다 : 책 : 문화 : 뉴스 : 한겨레: 예술의 경향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기'와 '아는 대로 그리기'로 나눈 아르놀트 하우저의 견해는 진정 탁견인 듯하다. 내 생각에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기'의 매력은 그 힘에 있다. 진실과 사실이 가진 힘을 우리가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이다. 꾸르베의 그림을 보았을 때, 그리고 러시아 민중들의 삶을 보았을 때 우리가 느끼는 절망과 그 절망에서 나오는 힘이란 그런 것이다. '아는 대로 그리기'의 매력은 그 자유로움에 있는 것이다. 뭉크의 음산한 그림을 볼 때나, 마그리트의 묘한 그림을 볼 때, 그리고 샤갈의 분방하고 발랄한 그림을 볼 때 우리는 그런 것을 느끼는 것이다. 백색의 북국에서 일어난 혁명은, 또 무슨 색을 가지고 있을까. 어두..

위키피디아형 검색 엔진?

위키피디아, 구글 검색엔진과 정면대결?: (세계일보) 위키피디아의 설립자가 위키피디아처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검색 엔진을 만들 거라고 한다. 내심 구글을 따라잡는 검색 엔진이 목표인 모양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자세한 방식은 모르겠지만, 위키의 방식으로 검색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보람이 없고, 양이 방대한 데다 다른 언어에 무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가 '자원봉사'의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 내지는 준전문가들이 '내가 지식을 전달하는 전달자다'라고 하는 일종의 사명감이나 명예욕 또는 최소한 재미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디드로Diderot를..

담배와 경고

담뱃갑에 경고문구 필요없다, 사진 한장이면 OK!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담배 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나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이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자주 무디어지고 무감각해지기 때문에 담배의 해로움은 자주 광고하고 재확인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은 무척 유용하다. 황지우의 「경고」가 떠올랐다. 詩는 슬렁스렁 쉽게 쓰는 편인데, 밥 벌어먹기 위해서 쓰는 잡문을 쓸 때는 줄곧 줄담배다. 이건 生活이 아니라 숫제 자학이다. 원고지 파지 위에 놓은 88담배: 경고: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나는 담뱃갑을 반대편으로 뒤집어놓는다. DELUXE MILD L..

진보의 신뢰

진보는 신영복을 다시 사색하라 : 강준만의 세상읽기 : 칼럼 : 한겨레21: 민노총이나 전교조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전략의 부재'가 안타깝다. 아니,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을 볼 때마다, 과연 그들에게 전략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들은 대중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비칠지 전혀 생각지 않고 행동하는 듯하다. 대중 정치 사회에서는, 적어도 집권 세력이 아닌 정치 세력이 기댈 곳은 대중뿐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언론'의 핑계를 댈 것이다: 아무리 해도 보수 언론들이 우리의 진의를 왜곡시킨다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국의 상황에서 보수 언론들은 하나의 '주어진 상황'이다. 애초부터 그들의 행동은 예측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 와서는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