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6 2

새 술은 새 부대에: 미터법과 도량형

“미터법, 국제적 추세지만 안쓰면 벌 주겠다는 건 곤란” 1 전통과 문화의 중심부/주변부 - 평坪이라는 단위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전통적인 넓이 단위가 아니다. 평은 일본에서 들여온 것인데, 현재는 일본에서도 평 대신 제곱미터를 쓰고 있다. (본래 이런 것은 문화의 중심부에서보다 문화의 변두리에서 더 소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2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평이 인간의 키를 감안한 휴먼 척도라고? 그런 인식은 곧장 180센티미터가 안 되거나, 그보다 더 큰 사람들을 싸그리 무시한 인식이 되고 만다. 또한 그런 인식대로라면 사람의 키를 잴 때도 센티미터보다는 척尺을 써야 옳다는 결론이 나온다... 3 미국 따라하기 - 옷 치수나 여자들의 신체 치수는 주로 인치를 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신까이 마꼬또《초속 5센티미터》

대학 시절, 습작을 쓸 때마다 나는 늘 무슨 말을 더할까를 생각했다. 내 몸 속에 왜 이다지도 말이 없을까 안달했다. 부족한 나의 시--그 중 나은 시들은, 그러나, 말의 뺄셈에서 나왔다는 것이 내 솔직한 고백이다, 지금. …가령, 이것저것들을 주워섬겨 아날로지analogie를 형성하면서도 정작 복판은 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나를 잘 알고 있거나, 나의 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치지 않은 복판의 울림을 들을 것이라고. 신까이 마꼬또新海誠 감독의 단편 연작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를 보면서, 내가 계속 생각한 것도 말의 뺄셈이었다. 확실히 이 작품은 말을 아끼는 작품이고, 말하지 않은 것으로 말하는 작품이다. 이 말은 나오는 인물들의 대사가 적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 애니메..

극장전 2007.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