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어릿광대의견해 74

위키피디아형 검색 엔진?

위키피디아, 구글 검색엔진과 정면대결?: (세계일보) 위키피디아의 설립자가 위키피디아처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검색 엔진을 만들 거라고 한다. 내심 구글을 따라잡는 검색 엔진이 목표인 모양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자세한 방식은 모르겠지만, 위키의 방식으로 검색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싶다.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보람이 없고, 양이 방대한 데다 다른 언어에 무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가 '자원봉사'의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 내지는 준전문가들이 '내가 지식을 전달하는 전달자다'라고 하는 일종의 사명감이나 명예욕 또는 최소한 재미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디드로Diderot를..

담배와 경고

담뱃갑에 경고문구 필요없다, 사진 한장이면 OK!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담배 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다? 나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이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줄 몰라서 안 피우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자주 무디어지고 무감각해지기 때문에 담배의 해로움은 자주 광고하고 재확인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은 무척 유용하다. 황지우의 「경고」가 떠올랐다. 詩는 슬렁스렁 쉽게 쓰는 편인데, 밥 벌어먹기 위해서 쓰는 잡문을 쓸 때는 줄곧 줄담배다. 이건 生活이 아니라 숫제 자학이다. 원고지 파지 위에 놓은 88담배: 경고: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나는 담뱃갑을 반대편으로 뒤집어놓는다. DELUXE MILD L..

진보의 신뢰

진보는 신영복을 다시 사색하라 : 강준만의 세상읽기 : 칼럼 : 한겨레21: 민노총이나 전교조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전략의 부재'가 안타깝다. 아니,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을 볼 때마다, 과연 그들에게 전략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들은 대중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비칠지 전혀 생각지 않고 행동하는 듯하다. 대중 정치 사회에서는, 적어도 집권 세력이 아닌 정치 세력이 기댈 곳은 대중뿐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언론'의 핑계를 댈 것이다: 아무리 해도 보수 언론들이 우리의 진의를 왜곡시킨다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한국의 상황에서 보수 언론들은 하나의 '주어진 상황'이다. 애초부터 그들의 행동은 예측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 와서는 안..

설교의 위상과 반면교사

정용섭 대구성서아카대미 원장 설교비평 책 눈길 열왕기하 2장 23-24절은, 자신을 보고 "대머리여 올라가라 대머리여 올라가라"하고 외친 아이들을 저주하며 곰을 불러 찢어 죽이는 선지자 엘리사를 묘사하고 있다. 때때로 이 장면은 목회자의 권위를 보여준 사례로 인용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성경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것과는 별반 관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회자의 권위를 보여준다는 쪽은 아이들의 놀림에서 '대머리'에만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엘리사는 대머리였다고 하는 주석을 본 바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 만약 중요했다면 (일부) 주석이 아니라 본문에 나와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놀림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올라가라'는 부분이다. 열왕기하의 바로 앞 부분을 ..

우리은행의 결단

우리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 전환 - NO.1 경제포털 :: 매일경제 국가 공무원도 비정규직으로 뽑는 이 나라에서 한 은행이 꽤 훌륭한 결심을 했다. 우리은행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임금도 기존 정규직과 순차적으로 맞춰가겠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비정규직이 있어야 노동 유연성이 높아져 오히려 취업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거시적인 안목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한 사람(과 그 가족)이 어떻게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가이다.

김연아 올인과 황우석

‘김연아 올인’…딴 요정은 어쩌나 : 스포츠일반 : 스포츠 : 뉴스 : 한겨레 빙상연맹이 김연아 선수에 대해 '무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는 지원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스포츠에서도 '선택과 집중'은 중요하다. 아마추어가 아닌 바에는 소질이 있는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여기서 '형평성'이나 평등이라는 가치를 들고나올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경험'에 대해서 한 마디 하려고 하는 것이다. 국가 대표 선수 한 사람에게 지원금 '올인'이라. 가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연전에 우리는 '국가 과학자'라는 명목으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에게 어마어마한 연구비가 지급되었으며 앞으로도 지급될 것이라는 소리를 매일 들었다. 많은 사람들..

긴 호흡의 정치

창비주간논평 언젠가 나는, 마이클 무어의 《화씨911》을 보면서, 공화당이 불만이면 민주당, 민주당이 불만이면 공화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미국인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두 정당으로부터 '표밭'으로만 인식되지 '국민'이나 '시민'으로 인식되는 것 같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공화당에게 실망한 미국인들이 민주당으로 몰려드는 모습은 마치 레밍쥐들의 이동 같았다. 하지만 한국의 실정은 또 어떤가. 내 보기에 한국의 정당 정치에는 전통이라는 게 없다. 김수영은 "전통傳統은 아무리 더러운 傳統이라도 좋다"고 했는데, 한국의 정당 정치에는 그 전통이라는 것이 도무지 없다. 말장난을 하자면, 전통이 없다는 것이 전통일 정도다. 여당은 야당을 끌어모아 합당하거나 표지갈이만 한 신당을 창당하고..

분데스리거?

차두리가 '분데스리거'라고 했다. 가십성 기사를 써대는 작은 언론사의 일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분데스리거'로 뉴스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KBS와 MBC, 동아일보, 미디어오늘 등의 굵직굵직한 언론사가 이와 같은 용어를 썼다. 분데스리거라... 난 축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국과 에스빠냐, 이딸리아, 독일의 축구 리그를 4대 리그라고 한다는 것은 들은 적이 있다. 각 리그는 당연히 제나라 말로 표기한다. 영국은 프리미어 리그Premier League, 에스빠냐는 프리메라 리가Primera Liga, 이딸리아는 세리에 아Serie A, 그리고 독일은 분데스리가Bundesliga인 것이다. (독일어는 복합명사를 무조건 붙여 쓴다.) 분데스리가는 연방, 연맹이라는 뜻의 분트Bund에 동맹, 단체라는..

한국적 '시추에이션'과 차별-'역차별'의 역학관계

[박은주의 '발칙 칼럼'] '여자'라서 유리하다고? '역차별'은 차별의 반댓말이 아니다. '역차별'이라는 말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앞의 '역'이라는 접두어가 자취를 감출 수 있어야 한다. '역차별'론은 대개 가해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29일자 조선일보에는 박은주 기자의 '역차별'론이 실렸다. 그는 "슬프게도 ... 자주 있었"기에 너무나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시추에이션'을 이야기했다. 그가 이야기한 이 '시추에이션'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떤 전형type이다. 적어도 '역차별'이라는 낱말은 그 전형을 딛고서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흑인에 대한 차별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그 말은 백인·남성은 그 사회에서 알게 그리고 모르게 혜택..

과학적 사고와 열등감

열등감이니 콤플렉스니 하는 말이 화제다. 그 말만큼 폭력적인 말이 없다. 김현 선생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지금의 독서 대중에게 폭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적이 있다. 어쨌든 한 번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로 낙인찍히면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그게 평생 아니면 영원히 간다. 정신분석 전문가도 아니고, 주치의도 아닌데, 본인도 모르는 콤플렉스를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집어내는 것일까. 이 열등감론이나 콤플렉스론의 무서운 점은, 상대가 반발하면 반발할수록 꼭 신빙성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필승의 법칙이다. 그러나 그 논지는 대개의 경우 과학적이지 못하다. 상당한 사람들이 당나라 황제가 선덕(여)왕¹에게 모란꽃 그림과 꽃씨를 보냈다고 알고 있다. 선덕왕은 대뜸 그 꽃에 향기가 없을 것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