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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대 사극史劇: 예술 작품으로서의 사극

우리는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거나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역사에 갖는 관심은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현재와 관련이 있고, 현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역사는 참 재미있는 소재다. 때문에 우리 문학사에서 역사 소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우리 나라 최초의 전업작가라는 이광수도 역사소설에 손을 대었고, 김동인도 그랬다. 벽초 홍명희는 『林巨正(임꺽정)』을 썼고 황석영은 『장길산』을 썼다. 특히 『임꺽정』과 『장길산』은 야담野談운동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아 쓴 것이어서 역사를 소재로 한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아주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래에는 TV 드라마의 하나로 사극史劇 붐이 일고 있다. 『용..

아름다움으로서의 시: 서정주의 초기시

- 정소남은 난의 노근을 드러내어 亡宋의 한을 그렸고, 조맹부는 훼절하여 元에 출사했지만, 정소남의 난초만 홀로 향기롭고 조맹부의 송설체가 비천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未堂徐廷柱西紀二千年十二月二十四日聖誕節前夜死去. 當時我年二十一也. 서정주는 흔히 '생명파'로 명명되는 시인이다. 과연 그의 시에서는 생명에 대한 집착과 열의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생명이라는 것에 대한 계속되는 탐구는 우리 삶의 의미를 밝혀줄 것도 같다. 그의 초기시에 보이는 여러 시어들은 젊은 날들의 타오르는 생명에서 점차로 나이먹어가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기퍼도 오지않었다. 파뿌리같이 늙은할머니와 대추꽃이 한주 서 있을뿐이었다. 어매는 달을두고 풋살구가 꼭하나만 먹고 싶다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밑..

타오르는책/詩 2001.04.25

빛과 그림자, 근대성의 형성: 김진송『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

Ⅰ "모던Modern." 근대로 혹은 현대로 일컬어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가 "모던"일까? 언제부터가 "현대(혹은 근대)"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시대일까? 현대성의 형성이라는 이 테마는 울분섞인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비단 우리의 근·현대사상 문제일뿐만 아니라 "양이洋夷"의 침범에 무릎꿇고 말았던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사이덴스티커Edward Seidensticker가 쓴 『도쿄이야기(原題:Low City, High City)』 가 출간되었다. 야마노테(동경 중심부)와 시타마치(동경 외곽의 서민 거주지)를 나누어, 메이지유신과 메이지 천황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근대화를 작은 문화상文化象에서부터 그려내고 있었다. 당시 일인들이..

탁석산 선생님께: 탁석산『한국의 정체성』

** 이 글은 『한국의 정체성』(책세상)을 읽고 저자인 탁석산 氏에게 보낸 메일입니다. 메일을 보내고 한참동안 답이 없어 결국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홈페이지(폐쇄됨)"회원 게시판"에도 올렸으나 탁석산 氏는 "지쳤다"고 하시며 아직 답이 없으십니다. 탁석산 氏가 빨리 회복되시길 빌며, 오늘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제목: 탁석산 선생님, 『한국의 정체성』을 읽고 질문드립니다. 참 늦게 읽었습니다. 요즘들어 한국적인 것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한국인으로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궁금함이 없을 리 없기에 무엇 하나 집어들고 싶었던 차에 선생님 책이 나왔습니다. 진작 읽었어야 했는데, 이 책을 누군가가 저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만, 한두 가지..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 『크루서블』

- 아서 밀러 지음, 성기웅과 '연인' 각색, 김재엽 연출, '연극과 인생' 공연 『크루서블Crucible』 0. 성경the Bible을 꿰뚫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구원'이다. 한데, 구원은 '죄sin'를 전제로 한다. 죄가 없는 한 구원은 있을 수 없다. 누가복음Luke 5장 32절은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노라"라고 말하고 있다. 토라Torah에 기록된 수많은 율법들은 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 최소한의 축약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십계명인데, 그 열 가지 계명 중에 가장 보편적으로 어겨지는 사항은 제 9계명일 것이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출애굽기Exodus20:16, 신명기Deuteronomy5:20 진실은 긍정적인 것이고 ..

극장전 2001.03.08 (2)

근대와 20세기를 넘어서: 우에노 찌즈꼬『내셔널리즘과 젠더』

1. 인위적인 10진법의 수를 가지고 시대를 구분하는 일이란 항상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년year과 십년decade과 백년century이라는 단위가 실제 사람들의 시간 인식에 보편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10진법을 기준으로 한 시대 구분도 타당한 면을 지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버릇삼아 '여성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21세기가 왔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다.'라는 명제를 기준으로 20세기(와 그 이전 시대)를 바라보면 20세기(와 그 이전 시대)는 '남성의 시대'가 된다. 오랜 기간 동안 남성 우월주의(혹은 남성 중심주의)의 한 형태인 가부장제에 여성은 눌려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에 들어오면서 페미니즘의 노력으로 가부장제라는 옳지 못한, 억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

진정한 내셔널리스트: Cormier『체 게바라 평전』

꽤나 두꺼운 책을 가지고 몇 번 낑낑대다가, 엊그제서야 다 읽었다. 이 책을 추천했던 학교 앞 서점 '오늘의책'의 리뷰誌나 여러 신문 서평들의 저자들과는 달리 나는 이 책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체 게바라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는, 이른바 '문외한'이었다. 때문에 '체'라는 이름이 그들에게 가져다 줄 향수를 나는 공유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장 꼬르미에는 그런 나에게도 배려를 했던가보다. 게바라의 삶에 나는 깊은 감동을 지고, 이 감동은 아마도 꼬르미에에게 빚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꾸바의 혁명에 뛰어든 에르네스또 게바라의 용기와 신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미 제국주의의 사주를 받은 바띠스따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지병인 천식에도 불구하고 체는 혁명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