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도의 『섬』은 특이한 만화다. 대부분의 만화는 몰입없이 빨리 읽을 수 있도록 비교적 단순한 서사구조récit를 가지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만화들은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갖지 못하고 내용으로 환원되기도 한다. 그런 만화들의 경우에는, 한 편의 작품이 그 줄거리로 대체되어도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섬』은 독자의 몰입을 요구한다. 독자는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려는 바가 무엇인가, 이 작품이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하고, 종국에는 작품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퍽 짧은 이 책이 두번씩 세번씩 읽히는 이유도 그것이고, 시일이 지난 뒤에도 다시 꺼내읽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스콧 매클루드는 그의 『만화의 이해』에서 '홈통'의 역할을 강조하며, 바로 그곳이 독자의 상상력이 개입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