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 PD가 연출한 KBS의 예능 프로그램 '본분 금메달'과 안준영 책임프로듀서가 맡은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은 전혀 다른 구성을 하고 있지만 사실 본질은 같다. 이를테면 두 프로그램 사이의 간극은 딱 웃음과 눈물 사이의 간극과 같다. 요컨대 걸그룹은 웃음을 팔고 걸그룹 지망자들은 눈물을 파는 우리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프로그램들이다. 아니 방송사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웅변하는 대로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정정할 수 있겠다: "걸그룹은 웃음을 팔아야 하고, 걸그룹 지망자들은 눈물을 빼앗겨야 한다."

언론이 앞다퉈 보도한 내용이지만 굳이 반복하자면 '본분 금메달'은 "걸그룹은 항상 이미지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전제 아래 갑자기 바퀴벌레 모형을 내놓는다든지 해서 걸그룹을 놀래키고서는 그들의 놀란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시청자들에게 전시한다. '프로듀스101'은 11인조 걸그룹을 만든다며 걸그룹 지망자들을 모았지만 출연료는 주지 않고 악의적인 편집에도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도록 계약을 맺은 사실이 보도로 밝혀졌다.

걸그룹이라면 응당 항상 이미지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본분 금메달'이 주장하는 걸그룹의 '본분'은 매소賣笑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거나 얼굴을 찡그리거나 분노해서는 안 되고 웃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슬플 때는 웃고 놀랐을 때는 얼굴을 찡그리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는 화가 나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그러면 안 된다. 웃음이 아닌, 걸그룹의 다른 모든 감정은 이 과정에서 반드시 감춰져야 한다. 그들의 '본분'은 웃음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걸그룹 지망자들의 '본분'은 웃음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걸그룹처럼 분명 웃음이 있겠지만 아직 그들의 웃음은 자본주의의 상품이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상품가치 있는 것은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눈물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눈물을 빼앗긴다. 자본은 속삭인다: '네 눈물을 주렴, 그러면 너를 진짜 걸그룹으로 만들어줄게.' 진짜 걸그룹이 되는 사람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101명 중 11명뿐이다.

이런 방송사들의 모습에서 사악한 연금술사, 이를테면 만화 스머프에 나오는 가가멜을 연상한다면 무리일까. 가가멜이 스머프를 붙잡아 황금을 만드는 재료로 삼으려 하듯이 방송사들은 걸그룹의 웃음을 사들이고 걸그룹 지망자들의 눈물 방울을 수탈해 그것들로 황금을 벌어들인다. 이를테면 저들의 웃음과 눈물은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한 연금술의 필수 재료인 셈이다.

눈물을 팔던 걸그룹 지망자들 중 선택된 소수는 진짜 걸그룹이 될 기회를 얻겠지만 그래봐야 바뀌는 것은 별로 없다. 눈물을 빼앗기던 데서 웃음을 파는 데로 옮길 수 있을 따름이다. 세상에는 아직 눈물을 빼앗길 사람이 많고 웃음은 오래 팔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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