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ndy écrit.

엔디 2006. 12. 11. 00:20
Endy écrit.
엔디가 글을 쓴다는 뜻이다.

쓴다는 뜻의 écrire 동사는 보통이라면 타동사로 쓰이겠지만, 자동사의 뜻도 있다: "Mon stylo écrit bien."이라고 하면 내 볼펜은 잘 써진다는 뜻이다; 그 말은 잘 써지지 않는 볼펜은 존재가 의심스럽다는 뜻이다. 나도 한 자루의 볼펜이다.

데까르뜨 흉내를 또 내자면: 나는 쓴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
J'écris, donc je suis.

연필을 깎는다
詩를 쓰기 위하여
연필이 뾰족하게 깎인다.
연필은 뾰족한 끝으로 내 배를 지그시 찌른다.
연필만 깎아서 詩가 써지느냐고
손가락을 깎으면 詩가 써지느냐고 내가 묻는다.
연필은 대답도 없이 더 찌른다.
아픈 것이 손가락 열 개를 다 뾰족하게 깎는 것이 차라리 좋겠다.
연필은 아무 말도 없이 찌른다. 또 찌른다.
나를 덥석 안아서 연필깎이 속에 집어넣는다.
갑자기 날들이 낄낄 웃으며 돌아가고
머리통부터 나는 뾰족해진다.

나를 잡고 詩를 쓸 그를 기다린다.

- 김연신, 「詩를 쓰기 위하여--연필」

다르게 말할 수도 있다:

엔디가 글을 쓰기 위해서, 엔디는 읽어야 하고 보아야 하고 들어야 하고 또 말해야 하고 잠자야 하고 깨어 있어야 하고 꿈도 꾸어야 한다.

그러므로 Endy ecrit.는 Endy lit, Endy vois, Endy ecoute, Endy dit, Endy dors, Endy s'éveille, Endy rève.와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