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6.26 광고와 언론 자유: 《동아일보》와 소비자 주권 (4)
  2. 2004.04.11 포커스 대 중앙일보

"'광고 탄압' 때문에 운영을 할 수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동아일보》가 택해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광고 탄압'이라고 하니까 70년대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 때의 《동아일보》는 대단했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박수로 채택하였다. 이것이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박 정권은 그 해 12월 16일부터 광고주들을 압박하여 《동아일보》에 광고를 주지 못하도록 했다. 《동아일보》는 75년 3월 결국 사주가 정부에 굴복할 때까지 한동안 백지광고 또는 격려 광고로만 채워졌다(강준만 2000, 486-490). 《동아일보》 스스로도 당시 광고 탄압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東亞日報 민족과 더불어 80년'이라는 글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이 광고 탄압 사건을 다루고 있다.

Daum 아고라 글 블라인드 공지
어쨌든 지금 우는 소리를 하는 《동아일보》에게 문제는 국가 권력에 의한 광고 탄압이 아니라 시민 결의의 '광고 탄압'이다. 지금 《동아일보》는 꽤나 급한 모양이다. 《동아일보》는 불과 며칠 전 사설을 통해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본보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본질을 짓밟는 어떤 세력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언론자유를 수호할 것임을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그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는 것이 다음 아고라의 글을 블라인드 처리 하는 등 언로를 막는 방법이었다는 사실이다. 《동아일보》가 진정 언론자유를 원한다면, 다른 방법을 택해야 마땅했다.

1. 조중동이 택해야 할 길

늘 언론자유를 주장했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택해야 할 길은 명백하다: 신문 값을 올리는 것이다.

한국의 신문 값은 너무 싸다. 한국신문협회국내 신문 구독료 변화 연혁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500원 하던 것이 최근에 그나마 올라서 이제 600원이다. 알다시피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구독자 수가 많이 늘어서 "자칫 유동성 위기 등 경영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예견도 있을 정도다. 신문 값이 너무 싸서 구독자가 많을수록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신문이 신문 값을 받을수록 손하라면, 신문은 무얼로 먹고 사는가: 바로 광고다. 한국의 이야기다.

사실 나는 이 글에서 약간 이상주의적인 말을 하려고 한다. (이 실용주의의 시대에!) 하지만 언론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이상주의가 꼭 필요하다. 아니, 사실은 내가 하려는 말이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신문 값이 너무 싸다는 이야기는 바로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이 자주 했던 말인 것이다. 그러던 2004년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인하하면서 '덤핑' 논란이 일자 《중앙일보》 측은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 한 부당 제작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신문 용지대와 잉크값 등 순수 재료비는 5500원인데 이를 어떻게 덤핑이라고 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에 대해 다른 신문들이 《중앙일보》를 맹비난하면서 인용했던 것이 홍석현의 말이었고, 이에 덧붙인 말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내 말이 그 말이다. 나는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신문 값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언론이 정치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노무현만큼 언론에게 두들겨 맞은 대통령이 또 있을까. 반면 경제 권력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역시 꽤 오래된 이야기다: 손석춘은 《세계일보》의 '삼성의료원 부실 기사'와 서울신문의 '한솔 뇌물사건 연쇄연루' 기사 등을 비롯하여 경제 권력에 무릎 꿇은 신문의 이야기를 길게 전한다(손석춘 1997, 111-121). 그들이 경제 권력에 약한 이유는 그들이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 신문 값과 광고 수입 비율

손석춘(1997, 117)은 기자협회에서 1995년에 조사한 '신문수입 중 광고수입 비중'을 싣고 있다. 이 표에 따르면 지방지와 경제지를 제외하고는 《조선일보》가 가장 높은 광고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신문 광고비율(%) 신문 광고비율(%)
서울신문 74.5 경인일보 72.7
세계일보 73.2 부산매일 85.8
조선일보 84.9 부산경제신문 95.3
한겨레신문 72.4 경남신문 79.7
서울경제신문 90.4 대전일보 75.4
강원일보 76.2 인천일보 79.4
광주매일 84.3 전남일보 73.5
국제신문 87.8 제주신문 72.1
[표1] 신문수입 중 광고수입 비중 (기자협회, 1995)

이런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여서 미디어경영연구소가 2004년 발표한 '신문 광고·판매 매출 비교'를 보면 전국지의 광고수익 대 판매수익의 비율은 82.5% 대 17.5%로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또 신문발전위원회가 공개한 2005회계년도 일간신문의 구독수입광고수입 자료(pdf)를 보아도 전체 수입 가운데 구독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개 3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대체로 한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바로 이웃 일본만 해도 한국과는 다르다. 미디어오늘이 인용한 일본신문협회의 자료는 일본 신문들이 구독료를 인상한 결과 1992년 이후 판매수입이 광고수입을 앞지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신문협회의 『일본신문 2003 DATA BOOK』에는 일본 신문의 판매 및 광고수입의 비중이 잘 나타나있다(신인섭 2004, 18).

연도 판매수입(%) 광고수입(%)
1995 60.2 39.8
1996 58.9 41.1
1997 58.6 41.4
1998 60.1 39.9
1999 60.4 39.6
2000 58.7 41.2
2001 59.7 40.3
2002 62.2 37.8
[표2] 일본 신문의 판매, 광고수입 (일본신문협회, 2003)

이제 눈을 유럽으로 돌려보자. 유럽 신문들은 대체로 광고수입 비중이 낮다. 대표적인 유럽 신문의 하나인 프랑스의 《세계Le Monde》지의 경우 광고수입 비율이 38%에 불과하다. 이것은 최근 증가한 숫자로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광고수입 비중은 30% 정도로 유지되었다(최연구 2003. 69). 그밖에도 일반적으로 서구 신문의 광고 수입 비중은 무척 낮다. 캐나다나 미국 등 북미권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광고수입 비율이 60% 내외이거나 50% 미만이 된다(신인섭 2004, 16).

  판매수입(%) 광고수입(%)
이딸리아 46 54
영국 40 60
프랑스 53 47
독일 57 43
노르웨이 37 63
캐나다 21 79
[표3] 서구 수개국의 판매와 광고 비율 (세계신문협회WAN, 2003)

3. 미국의 광고수입 비율과 지방지의 특성

미국의 경우는 광고수입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한국 신문보다도 그 비율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판매수입(%) 광고수입(%)
1980 73.0 37.0
1985 76.7 23.3
1990 78.7 21.3
1995 78.8 21.2
2000 82.2 17.8
[표4] 미국 신문의 광고, 판매수입 (미국 신문협회)

그러나 미국의 경우, 전국지라고 할 만한 것이 《미합중국 오늘USA Today》 외에는 없다시피 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수많은 지방지들에는 지방의 작은 회사 광고도 많이 실릴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부고 광고 같은 것도 30달러 정도면 낼 수 있다고 한다(출처: 원문한국어). 그래서인지 미국 신문에서 전국 광고의 비중은 15~16%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소매광고가 36~40%를 차지하고, 안내 광고가 44~48% 정도를 이룬다(신인섭 2004, 17).

또, 미국은 광고 단가 자체가 훨씬 싸다. 임동욱(1998, 10)에 의하면 미국의 광고 단가는 한국의 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면 미국에서는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신문에 광고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손석희도 여러 강연에서 "MBC도 수신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그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렇게 함으로써 "중소기업도 공중파에 광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고 하였다.

국가(신문) 단가
한국(조선·중앙·동아·한국) 7750만원
한국(기타) 4150만원
미국(월스트리트 저널) 1880만원
일본(요미우리) 3300만원
[표5] 한국, 미국, 일본 신문의 전면광고비 비교 (임동욱, 1998)

그러므로 미국의 경우는, 광고의 비중이나 광고 단가 등의 요인으로 보아, 신문이 자본(권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한국보다 적을 수 있다. (실제로 영향력을 비교해서 적다는 뜻은 아니고, 적어도 그럴 개연성만은 있다는 말이다.)

4. 무가지와 조중동

무가지는 공짜 신문이란 뜻으로, 독자들에게 무료로 신문을 나누어 주는 대신 광고로 경영을 해 나가는 신문을 말한다. 《메트로》나 《포커스》, 《AM7》 등 많은 무가지 때문에 스포츠신문은 물론이고 일간지들도 몸살이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메트로》나 《20분20 minutes》과 같은 무가지 때문에 기존 일간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가로Le Figaro》지와 《해방La Libération》지가 1.2유로(약 1900원), 《세계Le Monde》지가 1.3유로(약 2100원)이므로, 프랑스의 신문값은 비싼 편이기 때문에 어려움은 클 것이다.

무가지는 무료이기 때문에 광고 수익만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무가지의 경우 광고 지면이 뉴스 지면과 비슷하거나 더 많다. 2003년 최경진 교수팀이 3개 일간지를 3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메트로》, 《포커스》, 《AM7》의 광고 지면은 평균 48%에 이르렀다. 또 2004년 《미디어 오늘》이 1월 1일부터 16일까지 조사한 결과도 전체 지면의 44~52%가 광고임을 보여준다.

신문 광고 비율(%)
메트로 53
포커스 50
AM7 41
평균 48
[표6] 무가지 광고비율 (최경진, 2003)
신문 광고 비율(%)
메트로 46.7
포커스 51.6
AM7 44.1
[표7] 무가지 광고비율 (미디어오늘, 2004)

그런데 놀라운 것은 무가지를 수준낮은 신문이라고 폄하했던 일부 일간지들의 광고 비율이 무가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김춘식 교수는 조중동의 2002년 전체 지면 중 광고 비율이 45.5%에 달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처럼 광고 비율이 높은 것은 한국의 특이한 현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03년 2주간 국내외 신문의 광고 비중을 조사하여, 한국 신문의 광고 비율을 외국과 비교하였다.

매체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 NYT The Times Le Monde 아사히
광고 면 58.72% 59.39% 58.02% 42.22% 35.47% 46.96% 39.35% 42.27% 13.96% 46.97%
광고 없는 면 0.52% 1.30% 5.47% 10.58% 25.42% 5.11% 43.18% 8% 34.17% 3.29%
[표8] 한국과 외국 신문의 광고 비율 비교 (민언련, 2003)

민언련의 조사 결과를 보면 조중동은 광고 지면 자체만 가장 많은 것이 아니라 아예 광고가 없는 면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박 정권이  《동아일보》에 대한 압박 카드로 광고 탄압을 택하게 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조중동이 스스로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을 '광고 탄압'을 여긴다면, 그런 탄압을 받지 않기 위해 광고 비율을 스스로 줄이고, 판매 수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그러면 (정말 본인들의 논지가 옳다고 믿는다면) 시민들의 '광고 탄압'에도 아랑곳 않고 스스로의 논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또한 정연구 한림대 교수의 '신문 무료화 현상과 저널리즘'을 참고해볼 수 있다. 정 교수는 그 글에서 신문의 정가(1달 구독가)가 2만원이 되더라도 "넉넉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 광고와 소비자 주권

동아일보는 시민들의 불매운동을 두고 사설에서 "언론자유 유린이자 기업경영 방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소비자는 스스로의 소비를 스스로 통제할 권리가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알리고 동참할 것을 설득할 권리도 있다.

김광수 고려대 언론학 교수가 2005년 발표한 '광고와 언론'(pdf)이라는 글을 보면, CBS가 에미 상을 받은 드라마를 재방송하면서 광고주인 P&G의 요구에 따라 일부 에피소드를 취소한 사례가 나온다. P&G는 총기 통제, 낙태, 컬트 등의 기사 근처에 광고를 싣지 않기 때문이다. P&G는 또, 2000년 파라마운트 텔레비전의 토크쇼 진행자가 동성애를 생물학적인 일탈이자 성서에 배치되는 행위로 간주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광고를 취소하기도 하였다.

Notable Sinclair advertisers

sinclairaction.org에 올라왔던 광고주 목록.

김광수 교수가 든 사례 가운데에는 좀더 정치적인 사례도 있다: 싱클레어 계열의 방송사에서 부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케리를 공격하면서, 진보적 시각은 제외하고 보수적 논평만 방송하자 스테이플즈 사는 이 방송사에 대한 광고를 철회했다. 이 철회는 시민단체가 스테이플즈 쪽에 철회 압력을 가했고 회사는 이에 동참하여 벌어진 일이었다. 시민들은 sinclairaction.com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광고주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플즈가 이 운동에 동참하여 광고를 뺐다는 워싱턴포스트 기사도 등장했지만, 이는 오보로 밝혀졌다. 중요한 것은, 광고주를 압력하는 류의 시민행동이 용인될 수 없는 사안은 아니었고, 오보까지 날 정도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2008. 6. 26. 12:18 추가)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의 수사기관이 시민단체를 구속 수사했다거나 그럴 방침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없다.

시민들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소비할 권리가 있으며, 광고주 역시 자신의 소비자인 시민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를 두고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억지다. 오히려 공권력으로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막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하겠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 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들고 일어난 '쇠고기 정국'의 촛불문화제 역시 정당한 소비자 주권이 아니겠는가?

참고문헌

강준만. 2000. 『권력변환 한국 언론 117년사: 1883-2000』. 서울: 인물과사상사.
김광수. 2005. "광고주의 언론에 대한 영향력 고찰--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실린곳: 『관훈저널』.
신인섭. 2004. "우리 나라 신문광고요금". 실린곳: 『KAA저널』. 2004년 7~8월. 서울:한국광고주협회. 14-24쪽.
임동묵. 1998. "세미나 중계". 실린곳: 『KAA저널』. 1998년 10월. 서울:한국광고주협회. 10-13쪽.
최연구. 2003. 『르 몽드』. 살림지식총서048. 서울:살림.

Posted by 엔디
메트로Metro의 한국판이 등장하자마자 비온 뒤 대나무순처럼 지하철 공짜신문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포커스Focus와 문화일보에서 만든 에이엠세븐AM7, 그리고 일간스포츠에서 만든 굿모닝까지 현재 총 4종류의 공짜신문이 있다. 여기에 스포츠조선 쪽에서도 공짜신문 창간을 준비중이라 하니 지하철 신문에 대한 경쟁은 더 커질 전망이다.

메트로와 포커스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문화일보 쪽이나 스포츠신문들은 왜 스스로의 시장을 위축시킬지도 모르는 공짜신문 경쟁을 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제 살 깎아먹기"는 공짜 신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른바 3대 일간지 중 하나라는 중앙일보는 얼마전 신문구독료를 대폭 인하했다. 다른 신문들이 '덤핑' 판매라며 비난하는 가운데서도 중앙일보 측은 "덤핑은 (신문 제작의) 재료값 이하로 구독료를 책정하는 것인데, 현재 중앙일보 한 부당 제작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신문 용지대와 잉크값 등 순수 재료비는 5500원인데 이를 어떻게 덤핑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도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구독료를 인하해주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구독료 인하를 단행했을 때 영국 상원은 공정위를 통해 경고 조처를 내렸다. (한겨레) 중앙일보는 이와 같은 사례를 모를 리가 없는데도 여전히 '자유로운 가격제'를 주장했다. 왜였을까. 어쩌면 요미우리신문의 사례를 기대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용중 고려대 석좌교수에 따르면, 요미우리 신문의 구독자 불리기는 "무가지 투입과 구독료 할인"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요미우리는 오오사까에 진출하면서 먼저 150만 세대에 1주일간 무료로 투입하고, 이후 구독희망자에게는 협정가(280엔)의 반도 안 되는 130엔을 받았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에 제소되고 벌금을 물었지만 부수는 늘어났고, 이런 방법은 훗까이도北海島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로 쓰였다.(관훈클럽)

그러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다 해도 '덤핑'에 가까운, 혹은 실질 적으로는 이미 '덤핑'인 가격으로 신문을 판다면, 발행부수만큼이 그대로 손실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가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구독료라는 것의 무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의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신문의 판매수입이 27%밖에 안 되는 반면 광고수입은 73%에 달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표 참조(미디어 오늘)] 1992년부터 판매수입이 광고수입을 앞지른 일본(미디어 오늘) 이나 1990년대 이전부터 광고수입이 30%대였던 프랑스 르 몽드 등과는 극히 대조적이다.(최연구『르 몽드』69쪽) 바로 그것이 지하철 무료 신문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 소동과 지하철 공짜신문의 난무는 그 본질이 같다.

공동배달을 실시중인 언론사들이 특히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낮춘 것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우리는 그들의 비난의 근거 가운데 중요한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은 신문협회 회장이기도 한데, 그는 늘 '신문가격이 너무 싸다', '무가지 비율이 너무 높다' '신문 발행면수가 많다'는 것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실제로 우리나라의 신문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르 피가로가 2유료, 르 몽드가 1.8유로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포스트 등이 50센트를 받고 있지만 뉴욕타임즈나 월스트리트저널은 1달러 선은 된다. (물론, 그러다보니 미국은 광고 의존율이 우리보다 높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라면 언론의 독립성은 신화나 꿈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언론의 독립은 세무조사 거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언론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해있다. 이를테면, 그것이 전부를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부의 언론 탄압' 운운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언론이 자유롭다는 증거다. 반면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종속된 입장을 보인다.

일간지들이 발행부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는 발행부수가 신문광고의 광고비 책정에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ABC협회에 가입된 종합지 혹은 중앙지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뿐인 것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런 발행부수 늘리기는 공짜신문도 역시 자행하고 있는 일이다. 포커스는 지난해 도합 20만부 가량 발행부수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 공정위의 재제를 받은 사실이 있다. (문화일보)

공짜신문은 오로지 광고만이 수입원이기 때문에 지면에서의 광고의 비율과 그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구가톨릭대 최경진 교수가 2003년 12월 8일, 9일, 11일의 3일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신문의 광고지면이 평균 50%에 가깝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 신문이 자신들의 광고주에게 불리한 기사를 실을 수 있겠는지를 우리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광고의 비율이 높은 것은 종합일간지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2002년 조선·중앙·동아의 전체 지면 중 광고의 비율은 45.5%였다. (한겨레)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들 신문의 독립성을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짚고 넘어갈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신문로에서 대기업 홍보담당 직원들이 매일 저녁 무엇을 하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청와대에서는 가판街版 구독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기업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가판의 기사가 돌연히 탈바꿈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왜 기업의 요구를 들어주는가. 그들이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한 기업의 '자회사子會社' 수준으로까지 전락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2003년 6월 20일 사설에서 "당초 KBS-2TV는 중앙일보 소유의 동양방송이었으나 강제로 통폐합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그러나 동양방송은 중앙일보가 아니라 삼성의 소유였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삼성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 아닌지의 의혹이 제기되었었다. (프레시안)

이러한 정황들 속에서 우리는 지하철 공짜신문이든 중앙 3대 일간지든 간에, 언론이 정치권력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 있으나 경제권력에게는 여전히 묶여 있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적자운영 때문이다. 아직까지 그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을 1996년 자료에 의하면,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그렇다면 광고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경제권력에의 복속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 소동과 지하철 공짜신문이 많이 등장한 것은 이러한 복속이 더욱 심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언론言論'이 언로言路가 되지 못한다면, 말씀言과 논리論는 어디에 있는가.
Posted by 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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